(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물가전망이 엇갈렸다.

한은은 복지정책 확대 등에 따른 규제물가 하락이 낮은 인플레이션 이유라고 설명하지만 KDI는 수요측 압력이 낮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저물가에 대한 온도 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KDI는 '2019년 상반기 경제 동향'에서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을 2.4%,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0.7%로 각각 제시했다.

한은은 지난달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2.5%,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1%로 낮춘 바 있다.

한은이 전망한 지 한 달여 만에 KDI가 더 비관적인 전망치를 내놓은 셈이다.

KDI는 고용을 제외한 대부분 세부 전망에서 한은보다 비관적이었다. 그중에서도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해 한은과 간극이 컸다.

물가상승률을 전망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전제인 올해 원유도입단가를 KDI는 배럴당 70달러, 한은은 배럴당 66달러로 제시했다. 다른 전제가 모두 같다면 KDI의 인플레이션 전망치가 한은보다 높아야 하는 셈이다.

한은과 KDI 전망이 다른 근본적인 이유는 민간소비 전망의 온도 차다.

한은은 올해 중 민간소비가 전년 대비 2.5% 증가로, 완만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가계소득 개선세가 둔화하면서 증가율은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올해 민간소비 전망치를 한은보다 낮은 2.2%로 제시했다. 경제 성장률 하락과 교역요건 악화 등으로 실질구매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소비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내수가 점차 부진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낮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근거도 두 기관의 시각차가 분명하다. 한은은 공급측 및 구조적 요인으로 저물가가 이어졌다고 분석했고, KDI는 수요측 압력 약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낮은 물가의 원인으로 국제유가와 복지정책 강화를 꼽았다. 최근 수년간 빠른 속도로 오른 최저임금은 물가를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한은은 하반기 물가가 1.4%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낮아진 물가에 대한 기저효과가 반영돼서다.

KDI는 경기 부진에 따른 마이너스 수요압력이 이어지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올해 상반기 물가는 0.6%, 하반기에도 0.8% 상승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 금융시장 관계자는 "한은이 전망한 후 민간 기관에서 이보다 부정적으로 전망을 했고, 경제지표도 뚜렷한 개선 흐름이 보이지 않는다"며 "한은이 7월에 성장률과 물가 전망치를 또 낮출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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