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고 관세가 인상되면서 양측이 장기전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은 관영 매체들을 동원해 중국의 6·25 전쟁(한국전쟁) 참전을 집중 조명해 애국심을 고취하고 있고, 미국의 수출 통제로 위협을 받는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업체들에는 감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3천억 달러 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추가로 관세를 부과될 경우 기업들의 고통을 완화할 방법을 월마트를 비롯한 기업 관계자들과 논의하고 있다. 또 농산물에 대한 중국의 보복관세로 타격을 입을 농가에 대한 직접 지원책도 마련 중이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데이비드 달러 선임 연구원은 "장기적인 갈등의 시작인지 아니면 협상의 전략인지를 가늠하기 정말로 어렵다"라면서도 "나는 점차 이것이 장기적인 무역 갈등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생각한다. 합의가 없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재무부와 세계은행에 몸담은 바 있는 달러 연구원은 한국전쟁 참전 영화 상영과 시진핑 주석의 발언 등은 중국인들이 홍군의 '대장정(Long March)'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장정은 홍군이 국민당군과 전투하며 1만5천 킬로미터를 걸어 이동한 역사적 행군을 말한다.

시 주석은 최근 위두현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올해는 신중국 설립 70주년이 되는 해라며 공산당 선구자들의 희생을 기억해야 한다며 '대장정 정신'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장시성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기술혁신은 기업 생명의 근간"이라며 자체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때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어 "앞으로 일어날 모든 어려운 상황에 적절하게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은 중국이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에 대한 보복으로 1천1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해오고 있으며 추가로 미국을 압박할 방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재정부는 기술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및 집적회로 업체들에 대해 2년간 법인세를 면제하고, 이후 3년간은 세율을 절반으로 낮춰주기로 했다.

미국에서는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유명 브랜드를 포함한 170개 이상의 신발 소매업체들이 현재 검토 중인 3천억 달러 이상의 관세 품목에서 신발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신발에 25%의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소비자들이 연간 70억 달러의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미·중 무역협상은 실타래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중국과 무역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회담은 아직 계획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는 양측이 회담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다음 달 말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 이전에 양 지도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미 기업연구소 데릭 시저스 중국 전문 연구원은 "합의를 위해서는 트럼프와 시진핑 간의 전화통화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라이트하이저 대표의 중국 방문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후 양 정상이 오사카에서 만나 적어도 한 가지는 합의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대화를 활성화하자는 것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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