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처분소득, 금융위기 이후 첫 마이너스 기록

세금ㆍ이자 등 비소비지출, 108만원으로 역대 최대



(세종=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가계당 처분가능소득(가처분소득)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전년동기대비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다. 가계소득이 찔끔 늘어난 반면 세금과 이자, 연금, 보험 등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비소비지출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구(2인 이상)당 월평균 비소비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 증가한 107만8천300원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최대다.





구분별로 정기적으로 내야 하는 세금(경상조세)이 20만2천600원으로 18.8%를 차지했다. 연금은 15만3천원으로 14.2%, 사회보험 15만9천900원으로 14.8%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경상조세는 0.1% 줄었으나, 연금과 사회보험은 9.1%와 8.6%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자 비용도 11만2천400원으로 10.4%를 차지했다. 특히 이자 비용 증가율은 구성요소 중에서 가장 높은 17.5%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연금과 사회보험 등 강제성 저축이 많이 늘어난 데다, 가계부채 증가와 최근 시장금리 상승이 맞물리면서 가계의 이자 비용이 급증하면서 가계의 비소비지출 증가를 견인한 셈이다.

세부적으로 1분위 가구의 이자 비용은 4%, 2분위는 11.8% 감소했으나 3분위는 6%, 4분위와 5분위는 각각 40.1%, 28.4% 증가했다. 고소득일수록 늘어난 모양새다.

용돈과 경조사비 등 가구간이전지출의 규모도 30만8천200원으로 8.9% 증가했다.

비소비지출 규모를 소득분위별로 보면 하위 20% 계층인 1분위는 28만6천700원, 차하위인 2분위가 56만8천500원 중간인 3분위 87만6천100원, 차상위인 4분위 129만5천300원, 최상위 5분위가 236만3천300원으로 나타났다.





이런 비소비지출이 늘면서 전국 가구의 1분기 처분가능소득은 374만8천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 감소했다. 지난 2009년 3분기(-0.7%) 이후 처음으로 전년동기대비 역성장했다. 쓸 수 있는 돈이 전년보다 줄었다는 뜻이다.

특히 이번 분기에는 1분위와 5분위의 처분가능소득이 각각 3.0%, 4.3% 감소한 것이 눈에 띈다. 비소비지출의 증가 폭이 근로소득 감소 폭을 만회하지 못하면서 처분가능소득이 줄어든 것이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올해 1분기에는 가구당 월평균 소득 증가 폭이 전년동기대비 1.3%로 낮은 수준에 머문 상황에서, 비소비지출은 8.3% 증가하면서 처분가능소득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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