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국내 은행권 저축성예금의 성장성이 더뎌지면서 은행들의 파이(Pie) 뺏기가 격화되고 있다. 대형은행들은 고속으로 성장하는 인터넷은행들의 동향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처지가 되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의 저축성예금은 지난해 말 기준 1천243조9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에 1천200조원을 넘어서 1천250조원대를 넘본다.

저축성예금의 증가 속도가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1분기에 전 분기 대비 2.07% 증가했지만, 다음 분기에는 증가율이 2% 밑으로 낮아졌다. 하반기 들어서는 저축성예금이 크게 늘어나지 못했고 마지막 4분기에는 1.4% 증가율에 그쳤다.

국내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여윳돈을 저축성예금에 묶어두는 투자자들이 줄어드는 셈이다. 저금리가 만연해 은행보다는 제2금융권, 예금이 아닌 대체투자상품에 눈을 돌리는 현상도 잦아졌다. 언제든지 자금을 회수할 수 있으면서 단기 이익을 좇는 수요자들이 많아졌다.

저축성예금의 파이가 더디게 크는 사이 은행별 희비도 엇갈린다. 4대 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 중에서는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작년에 분기 평균 2%대의 저축성예금 증가율을 보였다.





신한은행은 분기 평균 1.4%, 우리은행은 1.2%를 기록했다. 두 은행 모두 최대로 늘어날 때는 3%를 웃돌았지만, 0%로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분기대비 감소한 분기도 나타났다. 느린 성장 속에서 변동성이 커졌다.

인터넷은행은 몸집 불리기가 심상치 않다. 절대 규모에서는 대형은행과 비교하기 어렵지만, 분기 평균 두 자릿수 증가율로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규모가 다른 은행들의 기싸움에 인터넷은행이 긴장감을 더하는 형국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나라 인터넷은행의 성장은 세계적으로도 놀랄 정도"라면서 "주거래은행이라는 개념이 약해지고 상품 비교가 용이해 적은 비용으로도 인터넷은행이 선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인터넷은행은 추가될 예정이다. 토스와 키움뱅크 컨소시엄에 대한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심사를 시작할 전망이다. 저축성예금을 찾는 새로운 수요자가 지금처럼 한정되면 성장의 파이를 뺏으려는 움직임이 심해질 수 있다.

은행 관계자는 "저축성예금 고객 중에서도 젊은 층의 신규 고객은 장기적으로 거래하게 되는 강한 계기가 돼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인터넷은행의 인지도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로 커졌기 때문에 공격적 영업을 시작하면 인터넷은행에 대한 주목도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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