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오진우 특파원 = 뉴욕 유가는 무역전쟁 우려와 이란 긴장 완화 등의 요인이 겹치면서 폭락했다.

23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3.51달러(5.7%) 폭락한 57.91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3월 12일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하루 낙폭으로는 최근 1년 새 가장 컸다.

원유 시장 참가자들은 미·중 무역협상과 중동지역 정세 등을 주시했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우려로 글로벌 경제 둔화와 원유 수요 감소에 대한 커진 점이 유가를 끌어 내렸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 이후 각국 주요 기업들이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긴장이 팽팽해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화웨이가 중국 정부와 협력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거짓말이라면서 세계 각국은 더 투명한 시스템을 원한다고 압박했다.

그는 더 많은 미국의 기업들이 화웨이와의 거래를 단절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미국이 '잘못된 행동'을 고쳐야만 대화가 지속할 수 있다고 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유지 중이다.

미국 등 주요 경제지표가 부정적으로 나온 점은 무역전쟁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에 기름을 부었다.

시장 정보제공업체 마킷이 이날 발표한 미국의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6으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9월 이후 약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기 위축을 의미하는 '50' 선에도 바짝 다가섰다.

앞서 나온 5월 유로존 합성 PMI와 일본의 5월 제조업 PMI 등도 일제히 부진했다. 독일 기업의 경기 신뢰도를 나타내는 Ifo 기업환경지수도 5월에 97.9를 기록해 시장 예상에 못 미쳤다.

이란을 둘러싼 중동지역의 긴장이 다소 완화된 점도 유가 하락을 부추겼다. 이란과 미국의 무력충돌 우려는 그동안 유가를 끌어 올린 주요 변수다.

하지만 미국 국방장관 대행이 대이란 태세의 핵심은 전쟁 억지이지 전쟁이 아니라는 견해를 밝혀 무력충돌 우려는 다소 줄었다.

폼페이오 장관도 "이란이 협상하는 것이 최선의 이익이라고 결론을 내린다면, 우리는 전화를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해 협상에 대한 기대를 자극했다.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인 다이앤 파인스타인 의원이 미 국무부와 협의해 몇 주 전 이란 외무장관과 만찬을 했다는 보도가 나온 점도 이란과 협상에 대한 기대를 키운 요인이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전일 원유 시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점도 유가 급락을 촉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원 시장의 공급이 잘 유지되도록 열심히 노력했다고 확신하며, 이를 지속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면서 "앞으로도 공급이 잘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유 시장 전문가들은 WTI가 주요 지지선이던 배럴당 60달러도 단숨에 뚫고 내려오면서 유가의 하락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수요 둔화 우려도 한층 커졌다.

어게인 캐피탈의 존 킬두프 이사는 "WTI 배럴당 60달러는 매우 중요한 지지선"이라면서 "다음 지지선은 배럴당 52달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런 움직임이 단기간에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원유 수요 감소 현상이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중국 수요가 3월에 약했다는 점이 특히 놀랍다"고 말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현재 올해 원유 수요 증가율을 4%로 예상하는데, 이는 올해 남은 기간 상당히 빠른 수요의 증가를 가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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