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미국 국채금리가 이날 급락한 데는 미·중 무역 전쟁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에 투자심리가 약화한 상황에서 경제지표 부진이라는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여기에 뉴욕 유가가 심리적 지지선인 60달러를 밑돌며 폭락세를 보이자 위험회피 심리에 안전자산인 국채로 쏠림이 강화됐다.

23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10년물 국채금리는 9.7bp 하락한 2.296%까지 밀렸다. 이는 하루 낙폭으로는 1월 3일 이후 최대였으며 금리는 2017년 10월 13일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2년물 국채금리는 10.1bp 하락한 2.130%를 기록해 1월 3일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날 금리는 2018년 2월 13일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30년물 국채금리도 8.6bp 하락한 2.732%를 나타내, 작년 12월 4일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으며 금리는 2017년 12월 15일 이후 최저를 찍었다.



◇ 미·중 무역 전쟁 장기화 예고…빙산의 일각

금리 하락은 무역 전쟁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지금까지의 무역 전쟁이 '빙산의 일각' 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기업 화웨이에 이어 하이크비전, 저장다화테크놀로지 등 중국 감시카메라 업체가 미국의 거래 제한 블랙리스트에 추가로 편입될 것이라는 우려가 양측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화웨이가 중국 정부와 협력하지 않는다는 것은 거짓이라고 비판하며 중국에 대한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폼페이오는 더 많은 미국 기업이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오펑(高峰)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이날 대화는 상호 존중을 전제로 한다면서 미국이 자국과 협상을 계속하기를 원한다면 '잘못된 행동'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해 미국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중국 재정부는 전날 중국 반도체 업체와 소프트웨어업체의 법인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해줄 것이라고 밝히면서 중국이 무역전쟁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는 신호를 줬다.

◇ 美 경제지표 부진…유럽도 악화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로 투자심리가 악화한 상황에서 나온 경제지표가 금리 하락을 부추겼다.

시장 정보제공업체 IHS마킷이 발표한 미국의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6으로, 전달의 52.6보다 2.0포인트나 하락했다.

이날 수치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9월 이후 최저였다.

무역 전쟁으로 기업들의 수요가 둔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혔다.

마킷의 크리스 윌리엄슨 이코노미스트는 "무역전쟁 우려와 불확실성 증가로 기업의 수주와 심리가 추가로 타격을 입어 기업활동 증가율이 5월에 크게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업 PMI도 4월의 53.0에서 50.9로 하락했다. 이는 2016년 5월 이후 39개월 만의 최저치다. 서비스업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다.

PMI는 기업들의 향후 동향을 가늠해준다는 점에서 수치 하락은 미·중 무역 전쟁의 여파로 미국의 성장세가 둔화할 것을 시사한다.

앞서 발표된 유로존의 제조업 PMI도 47.7을 기록해 예상치인 48.1과 전달의 47.9를 밑돌았다. 독일의 제조업 PMI도 44.3을 기록해 예상치인 44.7과 전월의 44.4를 밑돌았다.

ING는 보고서에서 "미·중 무역갈등이 재점화되면서 글로벌 성장 우려가 (주요)의제로 복귀했다"라며 "이날 PMI는 인플레이션이 조만간 가속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더딘 성장 환경을 확인해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 유가 6% 가까이 폭락…위험회피 강화

뉴욕 유가가 3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60달러를 하회하며 6% 가까이 폭락한 점도 위험회피 심리를 강화해 금리 하락에 일조했다.

이날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미국의 재고 증가와 미·중 무역긴장, 지표 둔화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5.7%가량 폭락했다.

미국 내 원유 재고가 2017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유가를 끌어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유가는 위험회피 심리가 커지면 하락세를 보인다.

FTN파이낸셜의 짐 보겔 금리 전략가는 WSJ에 "모두가 (경제 상황을) 다시 평가하고 있다"라며 투자자들이 경제에 대한 시각을 재평가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초기에 "반사적으로 움찔하고 위험에서 멀어지려 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OA)는 이날 미국과 독일, 호주 등을 포함한 각국의 연말 국채금리 전망치를 하향했다.

오펜하이머펀드의 크리쉬나 메마니 수석 전략가는 일부 투자자들이 최근 몇 달간 무역갈등이 빠르게 종결될 것으로 판단하고 국채를 팔아왔다며 "모두가 이 일이 빠르게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 것은 어리석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당분간 이러한 상황에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ysyo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