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글로벌 경기 둔화, 무역 긴장에 이어 '정치적 위험'이라는 새로운 악재가 유럽 시장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24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유럽의회 선거에서 기성 정당이 몰락하고 극우 포퓰리즘 정당이 약진할 것으로 예상하는 데다 영국에서는 테리사 메이 총리의 사퇴 선언으로 정치적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유로화와 파운드화는 이러한 정치적 위험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실제 지난 24일 유로-달러 환율은 1.11달러대에서 거래돼 2017년 6월 이후 최저치 근방에서 움직였다. 같은 날 이탈리아와 독일 국채금리 간의 스프레드는 2.67%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로 몰리면서 10년물 국채금리는 연초 0.24%에서 마이너스(-) 0.12%까지 떨어졌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반체제, 반유럽 정당이 득세할 것으로 예상돼 유로화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다.

프랭클린템플턴의 데이비드 잔 유럽 채권담당 헤드는 유럽의회 선거가 기성 정당에 항의하는 '시위 투표'의 성격을 띨 수 있다며 특히 이번 선거가 미칠 정치적 영향은 상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권자들은 차기 유럽 지도부를 선택한다"라며 "만약 포퓰리스트들이 더 많이 득세한다면 중앙 정당들이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유럽의 경기가 둔화하는 가운데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IHS 마킷이 발표한 유로존 5월 합성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6으로 집계돼 시장 예상치에 못 미쳤다.

특히 주목을 받는 선거가 이탈리아의 선거 결과다.

이번 선거 결과로 반난민, 반체제 정당인 동맹과 오성운동이 득세할 경우 이들의 정책이 더욱 과감해질 위험이 있다. 이는 유럽연합(EU)과의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앞서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는 EU가 요구한 재정적자 비율 GDP의 3% 규정을 이탈리아가 지키지 못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영국에서는 메이 총리가 보수당 대표직에서 사퇴한 가운데, 4개월 된 브렉시트 당이 유럽의회 선거에서 약진할 경우 유로 회의론자들이 하드 브렉시트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부상하고 있다.

라보뱅크의 리처드 맥과이어 금리 전략 헤드는 시장이 일부 이러한 위험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로존 잔류를 원하는 친유로 정당이 득세할 경우 이는 오히려 시장을 놀라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운드화는 달러 대비 1.27달러로 올해 1월 이후 최저치 근방에서 거래되고 있다.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닐 드웨인 글로벌 전략가는 이번 주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유럽 시장은 수 주 동안 변동성에 시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수 주간 EU의 행정부 수반 격인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EU를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EU 정상회의 의장, EU 입법기관을 대표하는 유럽의회 의장, EU의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을 인선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는 당분간 이러한 이슈에 대해 명확히 알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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