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마켓컬리가 국내외 투자가들로부터 자금 수혈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매각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4년간 공격적 투자로 몸값 높이기에 올인했지만, 올해 들어 성장 한계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기존 재무적 투자자(FI)들도 투자금 회수 전략을 고심하기 시작했다.

27일 유통 및 IB 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는 설립 2년 차인 2016년 벤처캐피탈(VC)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면서 향후 3~4년 내 기업가치가 4천억원에 도달하는 시점부터 인수·합병(M&A)이나 기업공개(IPO)를 검토한다는 조항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평가받은 투자 전 기업가치(Pre-money Value)가 40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기업가치가 10배 이상 뛰었을 때 FI들이 투자금 회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의미다.

마켓컬리는 또 지난해 글로벌 VC 세쿼이아캐피털과 디지털스카이테크놀로지(DST)로부터 500억원 규모 투자금을 받으면서 3년 뒤 드래그얼롱 조항을 넣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3년 내 M&A나 IPO를 하지 않으면 김슬아 대표의 지분까지 함께 매각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달 말 기준 마켓컬리의 자본 현황을 보면 DST가 컬리 지분 20.0%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세쿼이아캐피털(16.6%), 세마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7.7%) 등이 김 대표보다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670억원의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발행하면서 김 대표의 지분은 2017년 말 27.94%에서 7.7%로 떨어졌으며, 전략적투자자(SI)는 SK네트웍스(4.1%) 뿐이다.

마켓컬리가 2014년 12월 설립 이후 여러 개인 및 기관투자가의 투자를 받으면서 주주들 지분율이 다양해졌고, 대부분의 주주가 우선주로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투자금 조기 회수 가능성을 높인다.

IB업계 관계자는 "마켓컬리 FI들이 엑시트에서는 M&A 쪽으로 가닥을 잡고 매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VC들의 지원에 힘입어 마켓컬리가 급성장했지만, 투자 회수 시점이 다가오면서 김 대표도 적절한 시점을 보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마켓컬리는 여전히 여러 기업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지난해 카카오가 마켓컬리 인수를 추진하다 무산된 이후에도 일부 대기업과 중견 식품업체 2~3곳에서 마켓컬리에 매각 제안을 해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주로 자사식품을 판매하는 이커머스 네크워크가 부족한 기업들로, 온라인 식품 배송 서비스를 강화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마켓컬리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 1월부터 배우 전지현을 광고모델로 내세우면서 시장에서는 김 대표가 기업가치를 부풀려 고가에 매각하려는 전략을 드러내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문제는 가격이다.

시장에서는 마켓컬리 기업가치를 2천억원 후반~3천억원 초반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기업가치는 4천억원을 훌쩍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시장 경쟁이 심화하면서 1년여 만에 1천억원 이상 낮아졌다.

마켓컬리의 최대 장점은 주문 마감 시간이 늦다는 것인데, 오후만 되면 인기상품이 자주 품절되는 등 물량조절이 되지 않으면서 기존 고객들이 비슷한 새벽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많이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백화점, 홈쇼핑 등 대기업들도 새벽 배송 서비스에 나서고 있고, 어디서나 구매할 수 있는 대기업 상품까지 팔기 시작하면서 마켓컬리만의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PC와 모바일로 마켓컬리를 찾는 고객들의 평균 체류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등 성장 정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마켓컬리는 2015년 54억원, 2016년 88억원, 2017년 124억원, 지난해 337억원으로 매년 영업손실 규모도 커지고 있다. 설립 이래 단 한 번도 이익을 낸 적이 없다.

M&A에 정통한 관계자는 "마켓컬리가 지난해 손익분기점(BEP) 도달을 목표로 했지만 올해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매각 타이밍을 놓치면서 가치 반등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FI들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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