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변명섭 기자 = 코스트코를 놓고 벌인 삼성카드와 현대카드의 마케팅 경쟁은 금융감독당국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감독당국은 법적 근거 없이 자의적인 판단으로 과도한 마케팅을 막는 데 급급하고 카드사들은 법적 테두리 안에서 고객들의 혜택을 늘리는 것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항변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당국은 지난 4월 '카드사 경쟁력 제고 방안'을 통해 카드사들의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았다.

지난해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은 6조7천억원으로 2015년 이후 매년 10% 이상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위원회는 카드사들이 가맹점수수료 수익의 절반 이상을 마케팅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법인회원의 경우 카드사들이 결제금액의 0.5%를 초과하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최근 마케팅 경쟁으로 주목을 받았던 삼성카드 사례와 같은 과도한 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도 법 개정을 통해 구체화한다는 것이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의 공통된 입장이다.

아직 법적으로 구체화한 마케팅 제재 원칙이 없는 상황에서 카드사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최근 12개월 무이자할부를 시행하다 당국의 지도로 이를 조기에 중단한 삼성카드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당국 입장에서는 과도한 마케팅으로 볼 수 있지만, 이는 카드사들이 회원들에게 돌려주는 혜택을 무조건 막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고 전했다.

삼성카드는 코스트코와 계약관계를 종료하며 그동안 카드를 이용한 고객에게 마지막으로 혜택을 제공하는 고별전 성격으로 12개월 무이자를 선택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감독당국도 과도한 혜택에 따른 역마진을 우려해 12개월 무이자 혜택을 중단하도록 요청했지만 한편으로는 양면성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금융감독당국 한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고객들에게 과도한 혜택을 주는 것을 막았다고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12개월 무이자로 혜택을 보는 고객들도 분명 있을텐데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4일부터 코스트코 전용 결제카드로 쓰이고 있는 현대카드는 삼성카드와 달리 50만원 이상 구매고객에 한정해 12개월 무이자할부를 적용해 금융감독당국의 지도기준을 피해갔다.

현재 코스트코에서 현대카드로 50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들은 12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일정 금액 이상으로 구매 조건을 정하는 장기간 무이자할부는 역마진 우려가 적어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당국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카드사들의 마케팅 기준이 정해지고 있는 상황은 법 제도가 정비될 때까지는 당분간 피할 수 없다.

카드업계 다른 관계자는 "고객들의 혜택을 늘리고 싶어도 어느 정도 수준이 적당한지는 금융감독당국의 판단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며 "카드사들이 자신들의 상황에 맞게 마케팅을 일정수준 늘리는 것을 막아서는 것이 맞는 방향인지는 생각해봐야한다"고 설명했다.

msb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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