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국내 제3 인터넷은행의 출범이 예비인가에서부터 막히면서 관련 업계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기존 인터넷은행까지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으로 영업활동이 원활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혁신을 온전히 수행하려면 그만한 체력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새로운 분야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제3 인터넷은행 예비인가에서 키움뱅크와 토스뱅크는 모두 탈락했다. 외부평가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혁신성과 자본 안정성에서 각각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고 금융위원회는 이 의견을 받아들였다.

금융위는 다음 분기에 인터넷은행 추가 예비인가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인터넷은행 업계에 새로운 사업자가 참여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게 됐다.

이미 참여 의사를 밝혔던 키움뱅크와 토스뱅크는 다시 뛰어들더라도 특별한 인센티브 없이 부족한 점을 보완해야 한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를 이을 인터넷은행을 4년 만에 추가하려 했지만 불발로 끝난 셈이다.

기존사업자만으로 인터넷은행의 영향력을 키우기에도 걸림돌이 있는 상태다.

최근 카카오뱅크는 대주주인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이 계열사 신고를 누락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연기됐다. 김 의장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검찰이 항소하면서 상황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주주 자격을 얻으려면 최근 5년간 금융관련법령, 공정거래법,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대주주 역할을 해야 할 KT가 공정거래위원회에 담합 혐의로 검찰 고발되면서 역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됐다. 추가적인 자본확충이 어려워 영업활동에도 제약이 생긴다. BIS 자기자본 비율 등이 흔들릴 수 있어서다.

한 은행의 관계자는 "이번 키움뱅크와 토스뱅크 사례에서 보면 혁신도 중요하지만, 은행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 것으로 보인다"며 "새로 인터넷은행에 예비인가를 신청하려면 상당한 체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출범 초,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한 시스템과 낮은 대출금리로 금융혁신의 새 바람을 일으켰다. 이자 주기가 짧은 예금상품과 높은 금리로 수요층을 꾸준히 끌어모았고 수수료를 대폭 낮추는 공격적인 영업으로 소비자 혜택을 키웠다. 작년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저축성예금 증가율은 분기 평균 각각 22.0%, 14.5%를 기록했다.

금융소비자에 도움이 되는 금융혁신에 대한 국회의 지원 움직임이 포착된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 등 11명은 인터넷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금융 관련법 이외에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 등을 제외한다는 내용의 인터넷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혁신성에 안전성을 더한 인터넷은행 고유 특성에 더 힘을 실어준다는 취지다.

청와대에서도 금융혁신이 규제에 막혀서는 안 된다고 지적이다. 혁신에 뛰어든 사업자에 적정한 체력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논의가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 24일 한 세미나에서 "은행업에서 가장 큰 5개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은행업은 64.1%로, 미국이나 일본, 영국 등에 비해 높다"면서 "진입규제를 터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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