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 23일 전국은행연합회·한국신용정보원의 제21대 노조위원장이 선출됐다. 은행연합회 출신의 김성규 당선자다.

정용실 노조위원장이 지난 2006년부터 노조위원장을 맡은 이후 오랜만에 노조위원장이 바뀌는 선거인만큼 이번 선거는 처음부터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물밑에서는 노조위원장 자리를 누가 가져가느냐를 두고 이목이 쏠렸다. 지난 2016년 신용정보원이 은행연합회에서 분리된 후 조직을 정비하고 제대로 치러진 첫 선거였기 때문이다.

선거기간 동안 은행연합회와 신용정보원은 '한 지붕 두 가족'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냈다.

노조위원장 후보를 등록하던 기간에 은행연합회의 한 직원은 "신용정보원 쪽에서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가 들리고 있다. (노조위원장이) 신용정보원에서 나오면 은행연합회 직원들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신용정보원은 예상대로 '약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후보 등록 결과 기호 1번에는 은행연합회와 신용정보원 출신 직원이 포함된 '혼합형' 후보가 출마했은아 기호 2번은 모두 신용정보원 직원으로만 구성된 단일 후보가 출마했다.

선거기간 내부적으로는 기호 2번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인원만 놓고 보면 은행연합회보다 신용정보원 직원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신용정보원에서 노조위원장을 내야 한다는 뜻 아래 '대동단결'이 이뤄진다면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기호 1번이 총 166표 중 102표를 얻으며 61.4%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직원은 "정용실 위원장 산하의 집행부도 은행연합회와 신용정보원 직원이 모두 포함됐다. 두 기관을 통합하기 위한 대의명분 차원에서다"라며 "그런 점에서 단독으로 구성된 후보에 표가 덜 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은행연합회의 위상을 무시하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은행연합회는 제1금융권인 은행권과 급여 수준 등의 직원 대우가 얼추 비슷하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는 은행연합회와 함께 움직이는 것이 신용정보원 입장에서도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아직 은행연합회와 공동으로 구성된 집행부가 여러모로 나을 것이라는 판단이 선거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은행연합회의 경계에도 신용정보원의 목소리는 계속 커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의 핵심 정책인 데이터 오픈 API 워킹 그룹 간사로 신용정보원이 들어가는 등 조직의 역할이 계속 커지고 있어서다. 오는 3일에는 금융위와 공동으로 '금융 빅데이터 인프라' 오픈 행사를 개최한다.

신용정보원 관계자는 "금융산업에서 데이터가 중요해지면서 신용정보원의 역할이 과거보다 늘어나는 추세"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은행연합회와 신용정보원은 은행과 보험, 정책금융기관 등 다양한 출신의 직원들이 모인 복잡한 조직이다. 이해관계에 따라 다음 선거에서도 이런 갈등이 생기는 것은 시간문제다. 앞으로 은행연합회와 신용정보원 간의 '설익은' 결합이 어떻게 익어갈 지 지켜볼 일이다. (정책금융부 김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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