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들의 고도화비율이 최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그동안 대규모 설비투자로 부채비율이 다소 높아지기는 했지만 증설 효과가 점차 가시화하면서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의 고도화비율은 올해 3월 말 기준 39%로 1년 전 26%에 비해 13%포인트 수준 상승했다.

현대오일뱅크의 고도화비율은 같은 기간 3%포인트 올라간 41%로 국내 정유사 가운데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고도화 설비는 원유를 정제한 후 남는 벙커C유 등을 재처리해 휘발유나 등·경유와 같은 부가가치가 큰 경질유를 얻어내는 시설이다.

이는 정유사업의 수익성을 개선하고 올레핀 제품 등으로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국내에선 현대오일뱅크가 지난 1989년 처음 도입했다.

정유사들은 에쓰오일의 대규모 고도화설비 투자를 필두로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고도화 설비 증설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

실제로 에쓰오일의 영업이익은 고도화설비 투자 이후 증가했고, 이러한 설비투자는 수익성과 직결되는 모습이었다.

지난 2015년부터 2018년 사이엔 에쓰오일은 잔사유 고도화 및 올레핀 하류시설(RUC/ODC) 건설에 약 4조8천억원을 투입했다.

RUC/ODC 설비는 지난해 4월 완공한 뒤 같은 해 11월 상업가동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기존 20%대였던 에쓰오일의 고도화비율은 30%대를 넘어섰다.

에쓰오일은 RUC/ODC 설비에 이어 지난해 8월 석유화학 2단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오는 2023년까지 5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4분기 국제유가 하락과 휘발유 정제마진 약세 등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RUC/ODC 설비 가동률이 점차 올라가면서 중기적으로는 양호한 실적 기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현대오일뱅크는 나프타와 액화석유가스(LPG), 부생가스 등을 원료로 투입해 에틸렌(연 70만t)과 폴리에틸렌(연 50만t) 등 올레핀 계열 제품을 생산하는 MFC 설비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21년 하반기 상업가동을 목표로 약 2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최근엔 롯데케미칼과 HPC(정유 부산물 기반 석유화학 공장) 투자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올레핀 계열의 제품을 확대해 석유화학 부문의 사업경쟁력을 강화하고 실적 변동성을 완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SK이노베이션은 경쟁사 대비 고도화시설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중질유 탈황설비와 콘덴세이트 정제설비, PX(파라자일렌) 설비 등을 통해 고부가가치 제품기반을 갖추고 자체적인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SK에너지의 고도화비율은 올해 3월 말 기준 24%로 나타났다.

GS칼텍스는 지난 2010년과 2013년 각각 제3 중질유 분해시설(VRHCR·일 6만6천배럴)과 제4 중질유 분해시설(VGO FCC·일 5만3천배럴)을 준공했고, 고도화비율은 34% 수준이다.

강동진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정유사는 고도화설비 투자 및 화학부문 확대로 고부가 제품 비중의 확대 시점이 도래했다"며 "IMO(국제해사기구) 2020 시행 등으로 고도화 설비가 잘 갖춰진 설비들의 수혜가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m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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