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정원 기자 = 중국은 무역협상 불이행 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을 미국 측이 합의문에 명기하려고 하는 등 미국 측의 신뢰 부족이 미·중 무역협상이 틀어진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완전한 인터넷 개방, 과다한 연간 미국제품 수입 요구, 환율과 관련한 불일치 등도 합의하지 못한 이유로 지적됐다.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4월 30일부터 무역협상이 난항에 빠지기 시작했다고 복수의 중국 측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류허 중국 부총리는 지난 4월 30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에게 사석에서 따로 회의하자고 제안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 책사인 류 부총리의 이례적인 제안으로 이 세 명은 중국어 통역사 한 명만을 동행해 협상단과 떨어진 작은 방에서 회의를 진행했다.

매체는 1시간 정도의 회의가 끝나고 세 명이 회의장에서 나왔으나 남은 협상단에게 아무런 브리핑도 하지 않았으며 표정도 좋지 않았다고 전했다.

5일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천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히면서 희망적으로 보이던 미·중 무역협상은 안갯속으로 빠졌다.

미국 측은 중국이 무역 합의 초안의 30%가량을 철회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매체는 중국 측 소식통을 인용해 무역협상이 틀어진 이유가 미국이 합의의 마지막 단계에 새로운 요구를 계속 추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중 몇몇 요구는 중국의 정치적, 사회적 안정성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라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중국이 양보할 수 없었던 부분 중 하나는 완전한 인터넷 개방이었다.

미국은 중국에 규제를 완화하고 해외 클라우드 컴퓨팅기업들이 중국에 데이터를 쌓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중국은 몇몇 분야의 선택적 개방에만 합의할 수 있다"며 "완전히 개방된 인터넷은 불가능"이라고 말했다.

갈등이 불거진 또 다른 부분은 중국이 연간 필수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미국산 제품 규모였다.

소식통은 "미국은 연간 1천만 달러에 달하는 미국산 제품을 추가로 수입하기를 원했다"면서 "당장 해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미국이 최첨단 기술을 중국에 수출하는 데 대해서는 제재를 가하고 있는 만큼 농산물, 액화천연가스(LNG) 등 수입 품목도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중국은 환율 조작과 관련해서도 합의하지 못했다.

중국 측은 무역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의도적으로 절하하지 않겠다면서도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고 유동성도 갖추길 원한다고 밝혔다.

소식통은 중국과 달리 미국은 훨씬 타이트한 시스템을 원한다면서도 더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 간의 합의가 좌초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미국 측이 무역 합의 이행에 관련해 모니터링 메커니즘을 요구하고 최종 합의문에 합의 불이행 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으려 했기 때문이다.

매체는 이 요구를 위해선 몇몇 중국의 법 조항도 수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식통은 미국이 중국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이 핵심이라면서 "중국 측에선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들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이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가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면서 "미국 측에서 이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당장 바뀌길 요구한다면 (합의를)이어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부연했다.

jw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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