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국민연금 기금평가 결과 의사결정 구조에서 문제점이 발견된 가운데, 비교 대상 5대 해외 연기금의 지배구조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글로벌 연기금들은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기금운용 독립성과 전문성 보장을 최우선시하는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기금평가 비교 기준이 되는 글로벌 연기금은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와 네덜란드 공적연금(ABP), 일본 공적연금(GPIF),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캘퍼스) 등 5개다.

CPPIB는 캐나다 연금인 CPP의 재정 건전성 악화와 기금 고갈문제가 커짐에 따라 운용 독립성과 전문성을 위해 1998년 CPPIB를 설립했다.

캐나다 연금제도의 운영은 캐나다 정부가 담당하며 기금은 CPPIB에서 전적으로 운용한다.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CPPIB 이사회는 총 12명으로 금융최고경영자, 경제학 교수, 변호사 등 연기금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네덜란드 교직원 및 공무원연금을 관리하는 ABP는 내부부서를 분리해 2008년 APG라는 기금운용공사를 설립했다.

ABP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탁자위원회는 의장과 근로자대표 7인, 사용자대표 5인 총 13명으로 구성된다. 수탁자위원회는 기금 관리와 전략 결정, APG 감독 기능을 수행한다.

GPIF는 후생노동성에서 관리하며, 후생노동성 내 설치된 평가위원회가 중기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토대로 GPIF 이사회가 중기자산계획을 수립한다.

GPIF내 설치된 운용위원회는 재무·경제 전문가로 구성돼 운용 모니터링과 투자 추천, 심의 역할을 담당한다.

GPFG의 경우 노르웨이 국회가 정부연기금법에 근거해 GPFG 투자 운용 책임을 재무부에 부여하고, 재무부는 노르웨이 은행의 산하조직인 노르웨이 투자운용기관(NBIM)에 기금운용을 위임한다.

기금운용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노르웨이은행 이사회와 감독 의회다. 노르웨이은행 이사회는 각각 의장과 부의장을 담당하는 총재와 부총재를 포함해 7명으로 구성된다.

캘퍼스는 관리이사회가 최고 의사결정기구며, 관리이사회 구성원은 총 13인으로 가입자에 의한 선출직 6인, 주지사에 의한 임명직 2인, 상원위원회와 하원의장에 의한 임명직 1인 등으로 구성된다.

이사회에 기금운용 전반과 연금 수급에 대한 관리 등 모든 책임이 부여된다. 이사회는 기금 관리의 전문성을 위해 6개 산하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사회 멤버는 적어도 1개 이상 위원회에 구성원으로 참가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의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이고, 기금위에 현직 장·차관이 상당수 참여해 정부 입김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민연금 기금위은 위원장과 당연직 위원 5인, 사용자·근로자·지역가입자 대표 등으로 구성되는데, 위원들의 전문성이 해외 연기금보다 떨어진다.

1년에 8번 정도 열리는 기금위는 2시간가량 진행되는데, 상당 시간을 금융 용어 설명에 쓰거나 이익 단체 대표의 연설로 소비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 이후로 운용 독립성을 강화하려는 시도가 계속 있었으나 오히려 스튜어드십 코드 이후 독립성이 떨어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kp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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