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근 글로벌 경제는 바야흐로 승자독식의 시대다. 글로벌 경제환경이 급변하면서 대규모 자본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이를 토대로 잠재적인 경쟁자의 시장진입도 가로막기 때문이다. 승자인 혁신기업이 이익을 독식하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살아남기조차 어려워진다.

지난주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택시업계와 '타다'로 대표된 공유경제의 갈등 양상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물론, 디지털 기술에 기반을 둔 혁신과 공유경제라는 거대한 시대 흐름에서 전통산업인 택시업계의 장래가 밝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산업구조 변화의 경쟁에서 뒤처진 패자에게 희생만 강요하기도 어렵다. 승자독식 경향이 강화되는 시점에서 기존 영세사업자나 혁신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소외계층을 포용하고 시장기능을 보완하는 정부의 역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혁신 경쟁의 패자, 이른바 혁신의 그늘을 보듬는 게 어쩌면 정부의 당연한 역할이다. 문재인 정부가 혁신성장과 함께 포용 국가를 모토로 내세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혁신이나 변화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들 분야에 더욱 과감한 투자가 요구된다. 소비자들의 욕구가 다양해지면서 기업의 혁신은 새로운 사업기회와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는 1960대 이후 정부 주도하에 해외에서도 인정하는 성장 신화를 이뤘다. 그 결과 지난 1970대 1천달러 수준에 불과했던 1인당 국민소득이 지난해에는 3만달러를 돌파하면서 외형상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소득이 일정 수준에 오르면서 사회 구성원의 욕구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아울러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기존 전통산업과 혁신산업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심지어 택시업계처럼 일부 전통산업 종사자들은 목숨까지 내걸고 주장을 관철하려 하기도 하고, 일부 기업가들은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사회 및 산업구조 변화와 맞물려 선진국의 문턱에서 넘어서야 하는 성장통을 겪고 있는 셈이다. 일부는 이를 두고 한국 경제가 처한 또 다른 위기라고 부른다.

금융 분야에서도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산업구조의 변화에 맞춰 금융지원을 구체화하고 혁신 분야로 자금이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다양해진 금융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기업의 자금줄인 금융의 역할도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정책을 다루는 금융위원회의 역할도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흔히들 관료들은 위기를 먹고 산다고 한다. 금융위원회의 수장인 최종구 위원장이나 새로 임명된 손병두 부위원장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과 과장으로 호흡을 맞추면서 정면에서 위기를 극복했다. 국내외 금융전문가이면서 경제 정책통으로도 평가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보여줬던 관리능력을 다시 보여줘야 할 때다.

모두 4차 산업혁명과 혁신을 부르짖는 상황에서도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요구되는 것은 당장 세계를 압도할 혁신기업이 아니라 이해갈등을 조율하고 경쟁에서 패자를 챙기는 게 아닐까 싶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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