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예원 기자 = 시중은행들이 신용점수제 도입 시기를 두고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월 신용점수제 도입대상이었던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은행 중에서 국민은행과 농협은행 2곳은 이미 도입을 완료했으나 나머지 3개 은행은 아직 도입을 준비 중이다.

신용점수제는 은행이 자체 개인신용평가(CSS)를 할 때 CB사로부터 1등급에서 10등급까지의 신용등급이 아닌 1점부터 1천점까지의 점수를 제공 받아 대출 한도나 금리 산정 등에 이용하도록 한 제도다.

당초 금융당국은 등급별로 금리 차이가 커지는 소위 '금리 절벽'을 완화하자는 취지에서 5개 은행에 선제적인 도입을 추진해 왔다.

이에 따라 신용점수제 도입을 완료한 국민·농협은행은 기존 CB사 등급을 활용하던 상품 운용 기준을 신용점수 방식으로 모두 변경했다.

해당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지속적으로 준비해 최종 적용에 큰 무리가 없었다"며 "점수제로 변경되면서 내부에서 등급을 결정할 때 고려하는 고객의 범위가 이전보다 늘어나는 등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다른 은행들은 점수제 변경이 은행의 실무 차원에서 비효율을 초래하는 부분이 있어 충분한 시간을 들여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기존에 은행은 CB사로부터 제공 받은 신용등급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등급별 평균 부도율 등 내부 데이터를 적용해 최종 등급을 산출해 왔다. 이 때문에 점수제로 변경되면 내부 데이터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시뮬레이션 작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일부에서는 신용점수제의 필요성과 관련한 지적도 있다.

금리인하 요구권을 통해 신용등급의 변경을 요청할 수 있어 이전보다 신용등급의 '낙인 효과'가 덜한 데다 CB사로부터 점수를 제공 받더라도 은행 내부 기준에 따라서는 여전히 등급으로 산출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최근 금융당국에 이러한 애로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권 전면 시행은 오는 2020년 중에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은행 간 준비에 차이가 있었다. 하반기 중으로 준비될 수 있도록 챙겨볼 예정"이라며 "은행들의 시행에 맞춰 여전업감독규정 등 관련 규정 정비에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yw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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