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첫 관문인 현대중공업의 법인분할 안건이 노동조합의 극렬한 반대 속에서도 31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원안대로 통과됐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노조의 주총장 봉쇄로 기존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울산대 체육관으로 변경해 임시 주주총회를 열었다.

이날 주주총회에는 총 주식수의 72.2%(5천107만4천6주)가 참석했고, 법인분할 안건에 대해서는 참석 주식수의 99.9%(5천101만3천145주)가 찬성했다.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참석 주식수의 94.4%(4천819만3천232주)가 찬성을 나타내 두 안건 모두 가결됐다.

이에 따라 재경본부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조영철 부사장과 주원호 전무(중앙기술원장)가 한국조선해양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은 주총에서 "물적분할은 대우조선과의 기업결합을 통해 현대중공업의 역량과 가치를 최대한 올리고 재도약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2대 주주인 국민연금에 더해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들은 현대중공업의 법인분할 안건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주총장 봉쇄 등 노조의 격렬한 반대에 직면하면서 주총이 제대로 열릴지에 대한 우려도 컸다. 시한을 넘길 경우 대우조선 인수 작업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었다.

이날 주총을 통해 현대중공업은 향후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조선·특수선·해양플랜트·엔진기계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인 현대중공업으로 분할된다.

향후 한국조선해양은 자회사 지원과 투자, 미래기술 연구·개발(R&D) 등을 수행하는 기술중심 회사의 역할을 수행하고, 신설 현대중공업은 조선과 해양플랜트, 엔진기계 등 핵심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추진한다.

기존 현대중공업 주식은 한국조선해양으로 이름이 바뀌며, 거래 중지 없이 정상적인 거래가 가능하다.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등 양사의 분할 등기일은 내달 3일이다.

한국조선해양은 같은날 이사회를 열어 권오갑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기로 했다.

분할 이후 한국조선해양이 국내외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하면 산업은행은 보유 중인 대우조선 지분 전량을 출자하고, 대신 한국조선해양의 주식을 취득해 2대주주가 된다.

이 과정을 거치면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지주→ 한국조선해양 → 대우조선·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의 체제를 갖추게 된다.

다만, 국내 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 등 각국의 기업결합심사를 넘어야 하는 점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글로벌 1위인 현대중공업그룹(점유율 13.9%)이 2위인 대우조선(7.3%)을 인수하며 '매머드급' 조선사로 재탄생하게 되는 만큼, 독점 논란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일단 현대중공업그룹은 6월 중순까지 실사를 마무리한 뒤 공정위에 기업결합신고서 제출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첫 단추'인 현대중공업의 분할안건이 승인된 데 대해 금융당국과 산업계도 지지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입국장 면세점 개장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 경제와 조선 산업의 발전을 위해 결정된 것이므로 (대우조선 인수가) 그대로 잘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며칠간 노조가 주총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불법적 상황이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노조도 사측의 약속을 믿고 대승적으로 협력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주총 직후 입장문을 내어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과 기업결합은 우리나라 조선산업 전체의 국제경쟁력을 보다 강화하고, 국가와 지역경제, 고용 유지를 위한 필수적인 자구책이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제적 절차 등을 고려할 때 시기적으로도 지체될 수 없는 사안"이라며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조도 향후 기업결합 등에 적극 협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주총에서 물적분할이 마무리된 만큼 앞으로 노사 간 신뢰구축에 전력을 기울이겠다"며 "고용 안정과 단협 승계 등 임직원과 약속한 부분들에 대해서도 그대로 이행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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