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한진그룹을 이끌게 된 장남 조원태 회장이 2일 서울에서 열린 제75회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국제 무대에 데뷔했다.

고 조 전 회장의 장례식 이후 두 달여만에 공식석상에 서는 것이다.

그러나 조 회장은 이날 오전 삼성동 코엑스에서 진행된 IATA 미디어 브리핑 이후 한진가(家) 지배구조 불확실성을 두고 쏟아진 기자들의 질문에는 최대한 말을 아꼈다.

고 조 전 회장의 별세 이후 경영권 승계에 대한 내부 정리 상황을 묻는 질문에는 "죄송합니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어 지난 24일 한진그룹 회장으로 선임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내 '잡음'이 있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미소로 일관한 채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앞서, 한진그룹의 총수(동일인)를 지정하는 과정에서 한진가 내부의 이견이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경영권을 둘러싸고 가족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한진그룹은 최근 지분율 확대와 회계장부열람권 사용, 이사회 의사록 요구 등을 내세워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KCGI와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고 있다.

최근 지주사 한진칼의 2대 주주인 KCGI가 지분율을 15.98%까지 추가로 확대하며 최대주주인 고 조 전 회장의 지분을 '턱 밑 추격'하면서 지배구조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KCGI의 지분 확대에 대한 내부 대응책과 KCGI와의 전략적 협력 가능성, 강성부 KCGI 대표와의 만남 계획 등을 묻는 질문에 조 회장은 말을 아낀 채 브리핑장을 빠져나갔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 15분 진행된 IATA 미디어 브리핑에는 조 회장이 직접 참석해 글로벌 항공산업 이슈에 대해 답변을 할 예정이어서 관심이 몰렸다.

IATA는 글로벌 항공업계가 직면한 주요 이슈들에 대한 공유와 대응책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조 회장은 미디어 브리핑에서도 나온 글로벌 항공산업에 대한 국내외 취재진의 질문에도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항공산업의 탄소배출 규제와 최근 불거진 보잉 737MAX 이슈, 글로벌 파일럿 인력 수급 문제, 인도 회원사의 파산 문제 등에 대한 논의가 오갔지만 조 회장은 질문과 응답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

이후 항공업계 내에서도 커지고 있는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 등에 대해 대한항공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만 "항공업계의 보후무역주의 등은 각국의 정부정책에 달린 사안인 만큼 대한항공이 따로 커멘트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은 것이 전부였다.

한편, 조 회장이 전날부터 서울에서 개최된 제75회 IATA 연차총회를 직접 주관하며 글로벌 무대에 공식 데뷔했다.

전날에는 글로벌 항공동맹체인 '스카이팀'의 첫번째 의장에 선임되는 등 글로벌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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