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에서 소수의견이 나오면서 국고채 20·30년물 금리까지 기준금리를 밑돌게 됐다. 이 때문에 채권 운용 방향을 놓고 연기금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금리 인하 시기에 따라 다른 진단을 내놨다. 올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게 본 경우 장기채를 늘려 듀레이션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리 동결 가능성을 높게 점친 경우 향후 채권금리 상승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유지될 것이므로 채권 매수로 접근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 국고채 전 구간 기준금리 아래로…연기금 채권운용 '고민'

3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국고채 20년물 금리는 1.715%를 기록했다. 전일 대비 6bp 하락했다. 국고채 30년물 금리는 1.719%로 전일 대비 5.5bp 떨어졌다.

앞서 지난달 29일 1.741%를 기록한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31일 1.682%까지 하락했다. 기준금리보다 6.8bp 낮다.

이에 따라 국고채 전 구간의 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돌게 됐다. 이는 한국은행 금통위 회의에서 소수의견이 나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31일 기준금리를 1.75%로 동결하기로 결정한 금통위 회의 이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조동철 위원이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소수의견 등장을 금통위의 금리 인하 시그널로 해석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이 총재는 "소수의견은 한 사람의 의견"이라며 "금통위 시그널이라는 건 무리"라고 답했다. 이 같은 이주열 총재의 발언에도 채권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기금은 향후 채권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연기금의 한 관계자는 "연기금은 다른 국내 기관보다 조달 부담이 적은 편"이라며 "하지만 관리비 등을 고려하면 채권 운용이 어려운 상황인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 "올해 금리 인하 시기 전망에 따라 진단 엇갈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올해 금리 인하 가능성에 따라 저마다 다른 분석을 내놨다. 올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게 점친 경우 장기채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5월 금통위 회의에서 예상대로 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등장했다"며 "2016년 2월 하성근 위원의 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나온 후, 6월 금리가 인하된 전례를 감안하면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올 11월보다 10월에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며 "장기채 위주의 포지션을 권고한다"고 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올 4분기에서 3분기로 앞당긴다"며 "1번의 금리 인하를 반영할 경우 국고채 3년물과 국고채 10년물 하단은 각각 1.50%, 1.65%로 예상한다"고 했다.

그는 "만약 향후 미국이 3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25% 관세를 실제로 부과하면 국고채 10년물 하단은 더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 31일 기준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는 각각 1.587%, 1.682%다. 금리 인하에 베팅하면 매수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금리 동결 가능성을 높게 본 경우 향후 금리 변동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은행은 분기별 경제성장률 궤적이 '상저하고'를 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이런 방향성에 동의한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상반기 2.0%에서 하반기 2.4%로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를 유지한다"며 "시중금리의 추가 하락보다 반등 여지가 크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리 인하 여부와 별개로 채권 매수로 접근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유지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구혜영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한국은행 총재가 대외 불확실성 요인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고 대내 거시경제 경로 변화 가능성을 지켜볼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며 "금융안정성도 장기간에 걸쳐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요소가 안정을 찾을 때까지 채권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유지될 것"이라며 "역마진에 따른 비용 부담을 무시할 수 없으나 포지션을 바꾸기도 쉽지 않다"고 언급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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