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글로벌 경제가 새파랗게 질리고 있지만 한국만 천하태평이다. 한국만 추가경정예산 집행 등 경기대응을 하지 못해서다. 수출주도형인 한국은 대만과 함께 미국과 중국간 벌어진 무역전쟁의 최대 피해국으로 지목되고 있다. <본보 3월18일자 '미국채 경기둔화 경고…추경 등 선제 대응 절실' 참조>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제기됐고 석 달 전부터 뚜렷해졌다. 글로벌 경기 동향의 바로미터인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이 급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미국 다우지수 등 글로벌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갔지만, 미국채 10년물은 단기물과 스프레드를 좁히기 시작했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심각한 경기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고 봤다. 안전자산인 미국채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고 수익률도 빠른 속도로 내려섰다.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참가자들 사이에 경기 전망을 둘러싸고 힘겨루기 양상이 펼쳐지기도 했다. 최근 지표만 보면 이번에도 채권시장 참가자들이 더 현명한 것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지난주말 미국채 10년물은 전장 종가보다 8.8bp 내린 2.139%를 기록했다. 20개월 이내 최저치다. 이달에만 36.7bp 하락했다. 다우지수도 월간 기준으로 26,430.14에서 24,815.04로 6%나 급락했다.







<한달 사이에 6%나 하락한 미국 다우지수>

무역전쟁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에도아직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양국 모두 대규모 감세에 이어 재정투입에 나서는 등 선제적인 경기대응조치를 강화한 덕분이다. 미국 성장률은 시장 예상보다 양호했다.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잠정치가 3.1%를 기록했다. 속보치 3.2%보다 하향 조정됐지만, 시장 예상 3.0%보다는 높았다. 중국도 1분기 경제성장률이 6.4%에 이른다. 일부 전문가들이 중국 통계의 신뢰성 문제를 지적하고 있지만 대규모 경기 부양의 효과 등을 부정하기도 어렵다.

한국만 -0.3%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꼴'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의 성장기여도는 마이너스 0.7%였다. 민간부문의 0.4% 성장을 상쇄하고도 0.3%나 역성장 요인을 제공한 셈이다. 25조원에 이르는 초과세수 등으로 민간부문을 구축한 결과 등으로 풀이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런 사정 등을 감안해 재정여력이 풍부한 한국이 적어도 9조원 정도의 추경을 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세계경제성장률 전망 3.3%로 0.2%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이에 앞서 IMF는 1월에도 3.5%로 기존 전망치를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IMF 등의 권고를 받아들여6조7천억원 규모의 추경예산 편성안을 발표했다. `조막손 추경'이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예전 추경에 비해 경기를 부양하는 데 규모가 역부족일 것으로 풀이됐기 때문이다. 6년전인 2013년에는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편성한 추경이 17조4천억원 수준이었다. 2015년에도 메르스 사태 등에 대응하기 위해 11조6천억원의 추경이 편성됐다. 2016년에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기업 구조조정에 대응하기 위해 11조원의 추경이 풀렸다.

그나마 조막손 추경도 아직 집행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회가 열리지 않아서다. 국회가 추경 통과를 외면하는 동안 강원 산불 피해자 등 민초들은 가슴만 치고 있다. 정치권이 강조하는 최고의 덕목 가운데 하나인 정의는 '약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라는 촉구'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약자부터 좀 챙기자. (취재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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