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예원 기자 = KB국민은행이 온라인쇼핑몰 입점 중·소 판매업자에 신용등급 없이 대출을 해주면서 '혁신금융'에서 앞서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달 30일 온라인 패션플랫폼 '무신사'와 입점업자 금융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무신사에 입점한 업체(셀러)들은 'KB셀러론'을 통해 판매대금을 앞당겨 지급받고, 국민은행은 대출된 자금을 무신사를 통해 정산하는 구조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0월에도 '위메프'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위메프에 입점한 업체들에게 같은 방식으로 운전자금을 대출해 오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대출요건에서 신용등급을 아예 제외한 대목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3월부터 KB셀러론에서 서울보증보험의 보증 없이도 신용등급 제한 요건을 없애고, 업체들의 현금 흐름에 기반해 운전자금을 대출해 주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대출이 되지 않았던 신용등급 8등급~10등급의 업체까지도 대출이 가능하게 됐다.

국민은행은 이미 대출이 실행되는 위메프 입점업체에 대해서도 3월부터 이러한 제한을 풀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담보나 보증 위주의 대출 관행을 벗어났다는 점에서 혁신금융의 취지에 부합하는 행보다.

이는 온라인쇼핑몰과 제휴한다는 셀러론의 특징 덕분에 가능했다.

국민은행은 입점업체들에 대출을 해줄 경우 위메프나 무신사와 같은 온라인쇼핑몰의 신용평가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온라인쇼핑몰에 대한 신용평가가 대출의 기준이 되는 셈이다.

개별 업체들이 해당 쇼핑몰에 입점할 때 재무건전성 등을 점검받는다는 점도 리스크를 줄이는 요인이다.

국민은행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한 업체관계자는 "(입점업체 심사시) 성장 가능성을 우선으로 보고 있지만, 금융 심사를 할 경우에 내부적으로 재무 상태 등을 살펴보는 기준이 있다"고 말했다.

셀러론이 사업 공급망 전반에 걸쳐 자금 조달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공급망 금융'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매출이나 반품 등 사업과 연관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어 신용등급이나 신용점수에 의존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런 장점을 기반으로 국민은행은 해당 시장을 선점해나갈 계획이다.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중소기업 대출 시장에서 파이를 키울 수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위메프·무신사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국민은행이 확보한 셀러만도 약 3만3천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셀러론은 일종의 신개념의 상품"이라면서 "향후 이베이, 쿠팡, 11번가 등 여타 온라인쇼핑몰로 KB셀러론 시장을 확대해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신한·우리·KEB하나·농협은행 등 타 시중은행들은 온라인쇼핑몰에 특화된 유사 상품은 판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경우 유사 상품 개발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yw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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