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중국이 미국에 희토류 수출을 중단할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지만 무역 전쟁에서 엄청난 지렛대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희토류가 실제로 희귀한 광물은 아니어서 중국에서 수입이 어려워지면 말레이시아 등 타국에서 수입을 확대할 수 있으며, 미국은 중국이나 아시아 국가만큼 생산과정에서 희토류가 필요한 소비자 가전이나 IT 완제품 생산설비 역시 대규모로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레이먼드 제임스의 에드 밀스와 파벨 몰차노브 애널리스트는 3일(현지시간) 리서치 노트를 통해 "희토류 수출중단이 미국에 미치는 영향은 완만할 것이라는 게 기본전제이다. 이 때문에 중국이 이러한 위협을 실제로 쓸지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CNBC가 보도했다.

희토류는 17개 광물을 일컫는 것으로 구리 등 생산량이 풍부한 다른 광물에 비교해서는 생산이 부족한 실정이지만 실제로 희귀한 광물은 아니다.

희토류는 최근 몇 년 사이 하이테크와 국방 산업, 전기차 등에 사용되면서 중요한 광물이 됐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90%를 차지하고 있고 미국은 전체 희토류 수입의 8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글로벌 희토류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에 불과한 것으로 레이먼드 제임스는 집계했다.

지난해 제조 과정에 쓰기 위해 수입한 희토류의 규모는 1억6천만달러(약 1천900억원)에 불과했다.

레이먼드 제임스는 "그 이유는 상당히 간단하다. 미국은 희토류와 가장 관련이 깊은 하이테크 제품 관련 제조업 설비 능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라면서 "소비자 가전(PC와 스마트폰, 평판TV)과 다양한 산업재(전기차 배터리, 풍력 터빈, 레이저, 광학섬유) 등은 중국이나 아시아 주변국 등에서 대규모로 생산하는 것만큼 미국에서는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웰스파고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면 희토류를 사용하는 미국 제조업체의 생산 비용이 늘고 생산이 지연되는 등 곤경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체는 그러나 희토류 수출중단이 중국이 쓸 수 있는 '으뜸패'는 아니라고 꼬집었다.

중국이 미국의 제조업체에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는 것 이상의 조치를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레이먼드 제임스는 중국이 비(非) 미국기업에 희토류가 필요한 미국의 제조업체와 사업을 중단하도록 설득한다면 충격은 커질 수 있겠지만 과거 중국의 희토류 공급 제한 시도는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0년 중국이 희토류 선적을 줄였을 때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다른 국가들의 희토류 생산을 부추겼으며 수요가 파괴되면서 제조업체들의 희토류 사용을 줄이는 방안을 찾아 나섰다.

중국희토원소학회의 한 관료는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AML) 콘퍼런스 콜에서 희토류 대미 수출 전면 중단은 실용적이지 못할 것이라면서 훨씬 높은 비용이 들겠지만, 미국기업들이 말레이시아나 일본 등으로부터 공급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료는 미국 수요의 80%는 란타넘과 세륨에 집중돼 있다면서 두 원소는 전 세계적으로 과잉공급 상태라고 덧붙였다.

희토류 수출이 중단되면 일부 업계가 상당한 충격을 받을 가능성은 있다.

레이먼드 제임스는 미국의 정유업체들이 공장에서 희토류를 사용하고 있다고 언급했으며 BAML은 자동차업종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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