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핵심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전방위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랜드그룹이 회사채 시장에 다시 이름을 올릴지 주목된다.

사업 구조조정을 통한 유동성 확보와 차입구조 변화를 통해 연내 신용등급을 끌어 올리는 것을 추진하는 동시에 시장과의 접점을 회복하기 위한 차원에서 공모채 발행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랜드가 올해 하반기 중에 회사채를 발행한다면 2년만이다. 보증을 받지 않고 순수하게 자체 신용도를 바탕으로 발행할 경우 4년만이다.

이랜드리테일은 지난 2017년 10월 자산관리공사의 보증을 받아 3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2014년에는 이랜드월드가, 2015년에는 이랜드리테일이 무보증 회사채를 발행한 적이 있다.

5일 이랜드그룹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은 올해 하반기 중에 무보증 회사채 발행을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

최근 빠르게 진행하고 있는 재무구조 개선 작업의 성과가 나오면서 신용등급 개선의 기대도 커짐에 따라 회사채 발행을 통해 시장 신뢰를 확보하고, 확인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우선적으로 회사채 발행을 추진할 곳은 핵심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리테일은 이달 19일 프리(Pre)-IPO에 참여했던 재무적투자자(FI)에 투자금 상환을 마무리할 예정인데, 이후 본격적으로 발행 주관사 선정 등의 작업을 위한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재무구조 개선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투자자들로부터 투명성과 신뢰를 확보하는 게 목적이다"고 설명했다.

올들어 저금리 상황이 이어지고 시장 내 유동성이 풍부해 회사채 발행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자 확보가 어렵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다.

현재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의 기업 신용등급은 각각 'BBB'와 'BBB+'다.

이랜드리테일의 경우 패션부문의 실적 악화와 과중한 재무부담, IPO(기업공개) 연기 등의 이유로 신용등급이 'BBB-'로 강등되기도 했다.

사실상 공모채 시장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았고, 비교적 금리 수준이 높은 기업어음(CP) 등의 단기 차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살을 도려내는 심정으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사업 구조조정에 집중해 왔다.

2017년 티니위니를 8천700억원에 매각했고, 모던하우스(7천130억원)에 이어 케이스위스(3천억원)도 매각하면서 3년간 2조6천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하고, 차입금 상환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메리츠금융그룹에서 조달한 4천억원 규모 고금리 사모사채도 전액 갚았다.

그 결과 이랜드그룹의 부채비율은 2016년 315%에서 지난해 말 172%로 대폭 낮아졌다.

이랜드그룹은 올해 말에는 부채비율을 150% 수준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다.

핵심 자산을 매각했음에도 수익성은 더 좋아지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이랜드그룹의 영업이익은 4천3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

현금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역시 6천438억원으로 1년 전보다 16% 늘어났다.

이랜드그룹은 공모채 시장에 다시 발을 들여 놓는 것을 추진하는 가운데서도 신용등급을 올리기 위한 전방위 노력도 진행하고 있다.

개선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신용평가사들에 대한 설명과 설득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IB 투자자들에 대한 접촉도 늘리고 있다.

다만, 신평사들은 일단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신중히 모니터링하겠다는 입장이다.

신평사 관계자는 "이랜드월드의 경우 케이스위스 매각 대금이 차입금 상환에 충분히 사용됐는지와 차입금 만기구조를 장기화시키는 작업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는지를 살펴볼 것"이라며 "이랜드리테일은 프리-IPO로 계열사들의 재무 지원 부담을 덜어내긴 했지만 완전히 절연 가능한지 시간을 두고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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