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최정우 기자 = SM엔터테인먼트(SM)가 1대 주주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 소유 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에 SM 지분을 보유한 자산운용사가 주주행동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SM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정작 아무런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 일부에서는 국민연금이 지난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으나, 주주권 행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 SM, 라이크기획에 지급한 비용 증가 추세…내부거래 의혹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SM이 라이크기획에 지급한 영업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영업비용은 2014년 75억원, 2015년 99억원, 2016년 110억원, 2017년 108억원, 지난해 145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비용은 라이크기획 입장에서 수익으로 인식된다. 라이크기획은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지난해 별도기준 SM 영업이익이 419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라이크기획에 쓴 비용 145억원은 적지 않은 수준인 것으로 평가된다.

시장에서는 SM과 라이크기획 간 내부거래를 의심하고 있다. 경쟁당국의 한 관계자는 "SM이 대기업집단이 아니라 사익편취 규제대상이 아니다"며 "하지만 SM은 부당지원금지 규제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 제23조의 제1항 제7호에 따르면 다른 회사를 부당한 방법으로 지원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지원주체는 모든 사업자이며 지원객체는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다.

금지행위 유형은 ▲정상가격에 비해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 ▲거래상 실질적인 역할이 없는 회사를 매개로 한 거래(소위 통행세 행위) 등이다.

이에 대해 SM은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싱 계약은 적정한 기준으로 체결됐다"며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하지 않고, 기타 법률적 문제점이 없는 계약"이라고 해명했다.

그런데도 SM 주주인 자산운용사는 주주 행동에 나설 조짐을 보인다. 지분 6.6%를 보유한 3대 주주인 KB자산운용은 SM에 주주 서한을 발송할지 검토하고 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도 SM 입장 등을 검토한 후 주주행동에 나설 예정이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SM 지분율은 5.1%다.



◇ 2대 주주 국민연금은 아무런 움직임 없어…"주주로서 대응해야"

하지만 SM엔터테인먼트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어떤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SM 관련해 어떤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며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가 열린다는 얘기도 없고, 다른 대응책도 나오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주주권 행사를 결정할 때 기금운용본부 산하 투자위원회(투자위)에서 대부분 안건을 처리한다. 투자위에서 처리하기 어려운 안건은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수탁위에 넘긴다. 수탁위 위원 3인 이상이 투자위에 안건을 넘기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시장 일부에서는 국민연금이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으나 주주권 행사를 제대로 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더욱이 최근 국민연금은 SM 지분율을 확대했다. 지난 4월 초 국민연금은 SM 보유 주식이 187만5천351주(8.15%)에서 188만6천278주(8.18%)로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전날 기준 국민연금이 보유한 SM 주식가치는 822억원에 달한다.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운용역은 "SM 주주인 국민연금과 자산운용사는 SM이 라이크기획에 지급한 비용이 어떤 내용인지, 주주가치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등을 물어볼 필요가 있다"며 "SM은 문제가 없다고만 하지 말고 해당 내용을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강정민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이 시장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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