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맥주 가격 '팍' 떨어져



(세종=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정부가 50년 만에 맥주와 탁주(막걸리)에 붙는 세금을 손질했다. 내년 1월 1일부터 맥주와 막걸리는 양과 도수에 따라 세금을 물리는 '종량세'로 전환된다.

그간 최종가격(종가세)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주세법을 통해 국산 맥주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던 수입맥주의 기세가 꺾일지도 주목된다.

기획재정부는 5일 맥주와 탁주(막걸리)에 붙는 세금을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맥주의 경우 ℓ당 830.3원으로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지난 2017~2018년 2년 동안의 평균이다. 이 경우 캔맥주의 주세는 ℓ당 291원의 세금이 줄어든다. 반면, 생맥주는 311원, 페트병 27원, 병 16원 증가한다. 용기마다 가격이 다른 것은 용기의 원가 차이에 기인한다.

이에 따라 총 세부담은 생맥주 ℓ당 445원, 페트병 39원, 병 23원 증가하고, 캔맥주는 415원 감소하게 된다.

정부는 생맥주의 세 부담이 많이 늘어난다는 점을 고려해 2년 동안 세금을 20% 경감해주기로 했다. ℓ당 830.3원에서 664.2원으로 한시적으로 줄여주는 것이다. 2년 후 혜택은 없어진다.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은 "생맥주 생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제맥주 및 일부 맥주 업계 등을 고려해 한시적 경감을 통해 세부담의 중립성을 유지하고 종량세 전환에 따른 적응 기간을 부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과세표준 경감 혜택을 받는 수제 맥주 업계의 경우 생맥주 세율 추가 경감으로 경영여건 개선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현재 수제 생맥주회사는 20~60% 수준의 과세표준 경감 혜택을 받고 있는데, 이번 세제가 도입되면 이들은 ℓ당 평균 78원의 세 부담을 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세제개편으로 수입맥주 가격이 뛸 가능성은 작다는 게 정부의 평가다.

수입맥주의 세 부담은 ℓ당 709원에서 830.3원으로 뛰지만, 이들 맥주의 상당량(약 40%)을 OB맥주와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등 빅3에서 수입하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국산 캔맥주의 세 부담이 내려가기 때문에 수입 맥주의 가격 상승요인을 흡수할 수 있다고 업체에서도 말했다"면서 "오히려 수입 맥주 시장에 매우 치열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은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막걸리의 경우에는 ℓ당 41.7원으로 통일된다. 역시 최근 2년 치 평균이다.

맥주와 막걸리를 제외한 주종은 현행 그대로 종가세로 남긴다. 김 실장은 소주 등은 종량세를 도입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 "우리 업계가 고급술을 만들 수 있는 산업적 여건이 있는지, 판단 시점 등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답했다.

정부는 물가상승에 따라 맥주의 가격이 오를 가능성을 고려해, 종량세에 물가연동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종가세의 경우 원료 상승분을 최종 출고가에 반영하면서 세율도 덩달아 뛰는 구조이지만, 종량세는 술의 양과 도수를 기준으로 하므로 이들 생산업체가 가격을 올려도 세수가 덜 걷힐 수 있다. 조세 형평성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기준으로 매년 물가상승률에 따라 세율에 변화를 주기로 했다.

이와 같은 구조는 영국과 프랑스, 포르투갈, 에스토니아, 이스라엘 등(연 1회)이 활용하고 있다. 호주는 연 2회 물가연동제로 주세를 조절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9월 초 세법개정안(주세법ㆍ교육세법)에 반영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내년 1월 1일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물가연동제가 적용되는 것은 이듬해인 2021년이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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