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정부가 일부 주종에 대해 주세법을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꾸는 이유는 국내 맥주 시장 때문이다.

그간 최종가격으로 세금을 물린 종가세 때문에 수입 맥주보다 국산 맥주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수입 신고가를 조정해 세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수입 맥주와 달리 국산 맥주는 출고가에 이윤과 판매관리비 등을 담아야 해 종가세 체제하에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주세체계가 종량세로 바뀐다면 국산과 수입 가릴 것 없이 모두 양 또는 도수로 세금이 정해져 '기울어진 운동장'이 완화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기획재정부는 5일 맥주와 탁주(막걸리)에 붙는 세금을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68년부터 모든 주종에 대해서 최종가격에 따라 세금을 물리는 종가세를 적용했다.

맥주를 예로 들면 출고가에 주세 72%가 붙고, 주세의 30%가 교육세로 더해지는 구조다. 이후 10%의 부가가치세가 또 얹힌다. 합산세율이 112.96%에 달한다.

맥주의 출고가가 1천원이면 주세는 720원, 교육세 216원, 부가가치세 194원으로 최종가격은 2천130원이 되는 셈이다. 소주와 위스키, 브랜디, 일반증류주, 리큐르도 같은 구조다. 다만, 발효주 가운데서도 막걸리와 약주, 청주의 합산세율은 각각 15.5%, 43%, 46.3%로 맥주와 소주보다는 낮다.

문제는 이러한 주세법 때문에 우리나라 맥주 시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다는 지적이다.

수입 맥주는 수입신고가격을 기준 세금을 물리기 때문에 이를 의도적으로 낮춘다면 세 부담이 줄어 최종 소비자에게 가는 가격이 낮아진다.

그러나 국산 맥주는 제조원가에 판매관리비, 이윤 등을 더해야 하므로 출고가가 불어나 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상대적으로 비싸진다.

실제로 과세표준을 활용한 수입 맥주의 과세 부담액은 지난 2015년 ℓ당 840원에서 2018년 709원으로 감소했다.

낮은 세 부담은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자원이 된다. 수입 맥주가 대형마트에서 4캔에 1만원에 파는 게 가능해진 이유다.

반면, 국산 맥주는 같은 기간 ℓ당 807원에서 848원으로 세 부담이 늘었다.

그 결과, 지난 2015년 8.5%에 불과한 수입 맥주의 점유율은 지난해 경우 20.2%로 2배 이상 뛰었다.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은 "일부에서는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 간 과세표준 차이가 수입 맥주의 시장 점유율 상승의 일부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러한 주세법은 영세한 수제 맥주 업체에 부담이 됐다. 좋은 맥주를 만들려면 좋은 원료가 필요한 데, 종가세는 생산업체의 세 부담을 높여 고품질 주류의 개발, 생산에 한계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막걸리도 이러한 효과가 기대된다.

이를 감안해 정부는 맥주와 막걸리에 대한 세금을 종량세로 바꾸게 됐다.

맥주와 막걸리 이외의 주종에 대해서는 목표한 시한은 없지만, 장기적으로 종량세 전환 가능성은 열려 있다.

김 실장은 "소주 등의 종량세 전환은 상당히 찬반논쟁이 많다. 업계와 추가적으로 논의를 해봐야 한다"며 "조금 더 의견을 수렴한다는 생각이고, 현재까지는 정해진 시한은 없다"고 말했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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