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정부가 내년부터 맥주와 탁주의 과세 체계를 종량세로 전환하기로 결정하면서 국산 맥주의 가격 경쟁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류업계는 그간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해 온 수입 맥주의 공세에 맞대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5일 당정협의를 하고 세법 개정을 통해 맥주와 탁주의 과세 체계를 개편하기로 결정했다.

당정은 우선 맥주와 탁주에 대한 세금 매기는 방식을 기존 '종가세'에서 알코올 도수와 용량에 따라 과세하는 '종량세'로 전환하기로 했다.

소주·와인 등 여타 주종은 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기 위해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맥주는 국산이든 수입이든 관계없이 내년 1월부터 ℓ당 830.3원을 세금으로 부과하게 된다.

세율은 매년 물가와 연동해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기준으로 조정해나가기로 했다.

이 같은 주류세 개편안은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의 세금 차가 최대 20~30%에 달해 조세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던 기존 주세 체계와는 차이가 크다.

기존 체계에서는 국산 맥주의 경우 제조원가에 판매관리비와 이윤을 더한 출고가를 기준으로 주류세를 매긴 반면, 수입 맥주는 관세를 포함한 수입 신고가격을 기준으로 세를 부과했다.

지금껏 수입 맥주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시장 점유율을 급격히 확대해온 배경이다.

국세청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수입 맥주 출고량이 국내 전체 맥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3년 4.4%에서 지난해 18%로 커졌다.

우선 편의점에서 평균 2천850원에 팔리고 있는 500㎖ 국산 캔맥주값은 약 2천679원정도로 내려간다.

이에 반해 수입 맥주는 세 부담이 전체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산 캔맥주 출고량은 전체 주류 시장의 약 11%를 차지한다.

그러나 수입 맥주도 가격과 종류가 천차만별이라 동일한 잣대로 유불리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4캔에 1만 원' 등의 할인 행사에 동원되지 않는 일부 고가 맥주의 경우 종량세 개편으로 오히려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네스나 아사히 등 고급 수입 맥주는 종량세 도입으로 인해 오히려 가격이 내려간다"고 말했다.

또 종량세로 바뀐다고 해서 수입 맥주 업체들이 4캔에 1만 원 행사를 중단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4캔에 1만 원 마케팅은 지금껏 수입 맥주가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었던 일등 공신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 맥주의 세 부담이 다소 늘어나더라도 4캔 세트의 브랜드 구성만 바뀔 뿐 '4캔에 1만 원'이란 프레임은 깨지지 않을 것"이라며 "주류업계 바이어들은 전 세계를 뒤져 1만 원 가격에 4캔을 공급할 수 있는 새로운 맥주를 찾아 국내에 들여올 것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산 맥주 가격이 다소 내려간다고 해서 마트나 편의점에서 수입 맥주 4캔 세트를 1만 원에 구매하던 소비자가 국산 맥주로 선회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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