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정부가 맥주 과세 방식을 종량세로 개편하면서 수입 맥주에 대한 세(稅)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그간 편의점 등에서 진행해 온 '4캔에 1만원' 프로모션에도 영향을 줄 지 관심이다.

편의점 등 유통업계에서는 세금 부과 방식 변화와 가격 정책 등을 고려해야 겠지만 일단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고가 수입 맥주의 경우 종량제 전환으로 도리어 세금이 낮아질 수 있는 데다, 주류업체와 편의점 간 경쟁 구도 등을 고려했을 때 내부적으로 마진과 비용을 조정해 기존 판매방식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GS25·씨유(CU)·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업계는 이번 정부의 맥주 종량세 개편 이후에도 수입 맥주 '4캔에 1만원' 판매를 계속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편의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입 맥주 세금이 오르더라도 실제 판매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지속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현재 판매방식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 맥주는 낮은 세금 등을 무기로 편의점에서 저가 공세를 펼치며 국내 시장을 파고들었다.

국산 맥주는 제조원가에 유통 마케팅 비용, 이윤까지 더한 가격에 세금이 붙지만, 수입 맥주는 신고한 수입가에 관세만 붙여 세금을 매긴다.

지난해 기준 국산 맥주의 리터(ℓ)당 주세 부담액은 848원이지만 수입 맥주는 709원에 불과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수입 맥주의 시장 점유율은 2012년 4%대에서 2015년 8.5%, 2016년 11.1%, 2017년 16.8%, 2018년 20.2%로 5년 만에 5배 이상이나 증가했다.

업계에는 이번 종량세 개편으로 국산·수입 맥주 상관없이 리터당 납부세액이 830.3원으로 적용되면서 수입 맥주 세금 부담이 20% 가까이 증가하지만, 실제 가격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적으로는 수입 맥주 세부담이 상승하지만 일부 고가 맥주는 오히려 가격하락 요인 발생하기 때문이다.

수입 신고가를 낮춰 세부담이 낮았던 저가 수입맥주는 종량세 전환 시 세금 700~800원 오를 수 있지만 반대로 수입신고가 상대적으로 높았던 고가 맥주의 세부담은 900원~1천원가량 낮아질 것으로 기재부는 추정했다.

또 오비, 하이트, 롯데 등 주요 주류업체는 다수의 외국 맥주를 수입하고 있는데, 국산 맥주 세부담 감소와 수입맥주 세부담 증가가 상호 상쇄 가능하므로 가격을 인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국내 맥주 시장의 치열한 경쟁 구조를 고려해도 수입맥주 가격이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보통 맥주 4캔을 1만원에 판매하면 편의점 가맹점주에게 3천원가량의 이윤이 남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진율이 30% 정도인데, 편의점의 평균 마진율을 소폭 상회하는 수준이다.

따라서 현재의 마진율을 조정하면 충분히 판매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편의점 맥주 판매에서 수입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국산 맥주를 압도하고 있는 점도 가격 인상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다.

CU의 경우 수입과 국산 맥주 판매 비중이 60%와 40%이며, GS25와 세븐일레븐도 지난 2017년 수입 맥주가 처음으로 국산 맥주 매출을 넘어선 이후 비슷한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편의점 관계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저렴한 가격에 해외에서 맛본 맥주로 홈술을 즐기는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편의점에선 수입맥주 판매가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면서 "가격보다는 수입 맥주가 가진 맛 등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에 종량세 개편이 매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대부분 카드사들이 편의점에서 수입 맥주 할인 프로모션을 요청해 오는 등 '수입 맥주=편의점'이라는 공식이 세워진 지 오래다"면서 "편의점에서 1만원에 수입 맥주 4캔을 사 먹는 것이 보편적인 소비문화로 자리 잡은 상태라 할인행사를 멈출 경우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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