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호주중앙은행(RBA)이 지난주 기준금리를 낮추며 내세운 논거에 서울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정치·사회적 상황은 다르지만, 개방경제 소국이 처한 대외 경제환경이 비슷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통해 국내 금리 인하 필요성을 판단해볼 수 있어서다.

10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필립 로우 호주중앙은행(RBA) 총재는 기준금리를 25bp 낮춘 지난 4일 저녁 중앙은행이사회 만찬 연설에서 현시점에 금리 인하를 단행한 배경을 설명했다.

◇물가와 고용 부진 비슷…금리 인하 지지

로우 총재는 첫 번째로 물가가 부진하고 향후에도 비슷한 흐름이 예상되는 점을 들었다.

지난 1분기 호주 소비자물가(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상승하는 데 그쳤다. 시장 예상치인 1.5%를 밑도는 결과다.

RBA가 두 번째로 내세운 인하 근거는 고용상황이다.

호주의 4월 실업률은 5.2%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3월 실업률(5.1%)보다 악화한 결과다.

RBA는 호주 고용시장에 아직 상당한 유휴 능력이 있고, 본격적인 회복세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국내 상황을 보면 실업률이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4월 실업률은 4.4%로, 4월 기준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도 부진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0.7% 오르는 데 그쳤다. 물가와 고용지표를 보면 당장 금리 인하가 이뤄져도 이상하지 않은 셈이다.

◇ 가계부채 우려에 대한 판단, 정책 가를 듯

로우 총재는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 문제를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에도 입을 열었다.

그는 "이 문제를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그러나 최근 우려가 작아졌다"고 말했다.

대출 규제가 상당히 강하게 이뤄졌고, 대출자들의 위험 회피성향도 커졌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가계 소득이 둔화하는 등 주택시장의 역학 관계도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주택가격 하락세가 지속하고 있다. 다만 최근 서울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상승 폭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시중은행의 한 채권 딜러는 "고용과 물가 상황 등 경기를 보면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데 이견은 없을 것이다"며 "다만 최근 시장금리 하락에 주택시장이 꿈틀한다는 점에서 한은이 신중한 행보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주택시장이 금리 인하에 크게 반응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서울 등 주요 지역이 투기지역으로 묶여 거시건전성 규제의 직접적 대상이 되고 있다"며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가 이미 규제된 가운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일부 적용되는 상황이라 크게 영향받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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