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국내에서 제3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두고 금융권에서 혁신성에 대한 논쟁이 나오고 있다. 새로운 인터넷은행이 소비자 니즈에 맞는 혁신성을 선보일 것이란 목소리와 함께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혁신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새로운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블룸버그 혁신지수'에서 올해 총점 87.38점을 받았다. 총점 87.30점을 얻은 독일에 이어 1위에 올랐다. 이 부문에서 우리나라는 6년 연속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혁신지수 산정 기준 7개 항목 중 연구개발(R&D) 분야 지출액과 제조업 창출 부가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첨단기술 분야에서도 고득점을 받았고 전문 연구원 등 인력 인프라도 풍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평가에서도 우리나라는 혁신역량 8위,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가 집계한 세계혁신지수(GII)에서는 12위를 나타냈다. GII를 기준으로 일본(13위), 홍콩(14위), 중국(17위) 등보다 우위다.

우리나라가 지닌 혁신의 역량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나, 오히려 이러한 환경이 인터넷은행이라는 새로운 '메기'가 등장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문제 제기가 금융권에서 나오고 있다.

기본적으로 인터넷은행은 은행권으로서 자본 안정성과 함께 혁신성이 더해져야 하는데 시중은행들이 자금력을 바탕으로 R&D 수준을 높인 탓에, 인터넷은행이 비집고 들어갈 '혁신'의 틈이 너무 좁다는 주장이다.

결과적으로 세계 1위 혁신국가의 '아이러니(모순)'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의 고위관계자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라는 인터넷은행이 생겼을 때는 비대면 방식이라는 본래 인터넷은행의 목적이 고객들에게 생소해 잘 부합했고, 24시간 은행으로 기존 은행권에 던지는 메시지가 컸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은 시중은행의 디지털뱅킹에 불편함이 없고 소비자금융 측면의 혜택을 늘려 사실상 어디가 특출난다고 말하기 힘들다"며 "국내에서 어디를 가더라도 카드결제가 가능하고 이제는 소액 신용결제 등 핀테크 서비스까지 될 정도로 금융 인프라가 여느 선진국 대비 우수해 새로운 것을 생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금융사들은 올해 71개사가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 회사당 평균 82억3천만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은행권은 17개 은행이 평균 106명의 전담조직 인력으로 은행당 평균 예산 규모가 235억6천만원에 달한다.

다른 금융업권과 비교하거나 해외 어떤 나라와 비교하더라도 우리나라 은행권의 디지털체제가 잘 갖춰져 있다는 의미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신규 인터넷은행이 영업을 시작하려고 할 때 기존 은행은 국내 거주 외국인 서비스 확대나 해외 인프라 수출 등을 넘본다"며 "제3 인터넷은행은 평가위원들로부터 예전보다 더 나은 혁신성을 요구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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