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한진그룹이 증권사를 활용해 경영권 분쟁의 상대인 행동주의 펀드 KCGI의 돈줄죄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한진그룹 일가의 상속세 문제 해결 과정에서 KCGI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에 대비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11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최근 KCGI에 이달 12일 만기도래하는 주식담보대출의 만기 연장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KCGI가 지난 3월 한진칼의 지분을 담보로 빌린 200억 원을 상환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KCGI는 미래에셋대우에서 한진칼 지분을 담보로 총 400억 원의 대출을 받았는데, 내달에도 200억 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이 또한 만기 연장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대우가 대출 만기 연장이 어렵다고 통보한 것이 한진그룹의 요청에 따른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한진그룹으로부터 다양한 영역에서 일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굳이 불편한 관계를 가져갈 필요가 없었을 것이란 게 투자은행(IB) 업계의 분석이다.

IB 관계자는 "한진그룹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담보가치의 문제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한진그룹과의 관계를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미래에셋대우는 현재 한진그룹 일가의 상속 문제에 대해 컨설팅 작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아직 (컨설팅을 위한) TF가 구성된 것은 아니며 관련 부서들이 모여 1~2회 정도 논의만 하는 상태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들도 미래에셋대우와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회사채 발행과 연계된 증권사들은 한진그룹과의 관계에 신경쓰고 있다.

한진칼과 ㈜한진, 대한항공 등 한진 계열 3사는 지난 4월 말 일제히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국내 증권사들을 대거 인수단에 포함했다.

한진칼의 경우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이 대표 주관사를 맡았고, 키움증권과 유안타증권, 신영증권, 유진증권이 인수단에 포함됐다.

㈜한진은 한진칼에 참여했던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에 더해 NH투자증권과 KB증권까지 선정하는 등 주관사를 5곳까지 확대했다.

이어 한진가의 백기사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던 케이프투자증권과 유안타증권까지 포함해 최종적으로 인수단을 꾸렸다.

또 대한항공이 신한금융투자를 인수단에 편입한 것까지 감안하면 거의 모든 증권사들이 최근 한진그룹의 회사채 발행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진계열 회사채는 리테일용으로 수요가 많아 인수단을 희망하는 증권사들이 많다"며 "한진그룹 또한 이러한 네트워킹을 최대한 활용하려 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진칼 2대 주주인 KCGI는 고(故) 조양호 회장의 별세 이후 지분을 13.47%에서 14.98%로 확대하더니, 지난달 말에는 15.98%까지 추가로 지분을 늘렸다.

이는 최대주주인 고 조양호 회장의 지분율(17.84%)과도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말 KCGI의 한진칼 지분율이 10.71%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달에 1%p 이상씩 지분을 늘려온 셈이다.

그러나 아직 승계와 관련해 내부 교통정리가 끝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한진그룹 일가 입장에서는 KCGI의 공세 수위가 강화되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KCGI는 최근 회장 퇴직금·퇴직위로금 지급과 관련해 주주총회나 이사회의 결의가 이뤄졌는지 등을 조사하기 위한 검사인 선임을 요청한 상태다.

아울러 지난해 말 단기차입금 1천600억원을 늘린 배경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편법일 수 있다는 의문을 제기하며 '장부 열람 허용 가처분 신청'을 요구하기도 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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