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기자 = 신흥국 통화 약세를 이끌었던 달러화 강세가 주춤하면서 달러-원 환율의 하향 안정화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지만, 서울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마냥 안심하지만은 못하는 눈치다.

달러 강세와 약세 재료가 혼재된 상황에서 달러화가 언제든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서울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11일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이슈가 주춤한 가운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발언과 예상 수준에 미치지 못한 5월 고용지표 부진에 달러화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고 진단했다.

연합인포맥스 통화별 현재가(화면번호 6416)에 따르면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한 달러 인덱스는 지난 5월 30일 98.375를 기록하며 연중 고점을 찍은 이후 하락세를 보여 지난주 96.581에 마감했다.

일주일여 만에 달러화 가치가 1.6% 넘게 하락한 셈이다.

그러나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달러 약세로 인한 달러-원 하향 안정화에 대해선 다소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달러-원 환율이 하락 조정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5월 초 급등세를 이어가던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 인하 시사에도 달러 강세에 대한 기대가 상당하다"며 "무역분쟁과 글로벌 교역 둔화 등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외국계 은행의 한 외환 딜러는 "파월 의장이 선제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달러 트렌드도 확실히 상승에서 하락으로 추세 전환을 한 것 같다"면서도 "무역분쟁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갈등 완화 내지는 악화될 가능성이 상존하는 만큼 연준이 서둘러 금리 인하에 나설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파월 연준 의장이 조건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낮은 인플레이션 압력에 인하로 대응하는 부작용을 언급하는 등 단기간 내 금리가 인하될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달러화 가치가 기준금리보다 유동성 정책에 영향을 더 받는 만큼 연준이 9월까지 양적 긴축을 유지하는 한 그때까지 달러 강세와 신흥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기준금리보다 유동성 정책이 금융시장과 펀더멘털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특히 미국보다 달러에 유동성을 의지하는 신흥국에서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나는데 시장이 집중하는 기준금리 정책은 실질적으로 신흥국 펀더멘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달러 가치는 단기시장이 얼마나 타이트하냐에 의해 결정되는데 연준의 유동성 정책이 긴축적으로 운용되는 한 미국 외 지역의 경기가 힘을 받기 어렵다"고 예상했다.

시장참가자들은 6월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전까지 무역분쟁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지켜보자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 연구원은 "연준이 금리 인하를 언급하고 미국 지표도 의미 있는 하강을 보여준 것은 향후 글로벌 유동성에 긍정적인 상황이 도래함을 의미한다"면서도 "당분간 연준의 긴축적 통화정책과 무역 전쟁 불확실성에 글로벌 채권, 달러에 대해 롱 포지션을 유지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s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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