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최근 카드채권 가격의 상대적인 약세에 지난 2003년 카드채 사태의 트라우마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레버리지를 일으켜 사업을 하는 카드·캐피털사에 대한 시장의 불안한 시선에 과거 트라우마까지 겹치면서 최근 금융채의 상대적 약세를 이끌었다는 내용이다.

11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카드채 금리의 회사채 대비 스프레드는 확대 추세다.



<카드채(검정)와 회사채(빨강) 3년물 금리 추이. 아래 실선은 스프레드>



카드채 금리가 상대적으로 덜 떨어진 것인데, 자산운용사의 수요 감소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합인포맥스 투자주체별 거래종합(화면번호 4568)에 따르면 최근 자산운용사의 'AA+' 등급의 카드채 순매수 규모는 지난 1분기 1조2천137억 원에서 이번 분기 들어 6천123억 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자산운용사의 'AA' 등급 카드채 순매수도 같은 기간 3천25억 원에서 1천555억 원으로 역시 절반가량 감소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금융채는 자기자본의 최대 10배까지 레버리지를 일으켜 영업하는 구조라서 리스크가 크다"고 말했다.

현행 제도상 캐피탈사는 자기자본 대비 총자산의 비율을 의미하는 레버리지 비율을 10배까지, 카드사는 6배까지만 확대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레버리지 비율이 높은 순서는 우리카드(6.0), 롯데(5.8), KB국민(5.2). 하나(5.1), 현대(5.0), 신한(4.9), 삼성(3.7), 비씨(3.4) 순이다.

구조적인 요인에 더해 크레디트물 시장에 대한 펀더멘털 우려와 하반기 롤오버 부담 등도 작용했다.

신한금융투자는 크레디트 시장에서 펀더멘탈 저하에 대한 부담이 'A'급보다는 'AA'급에서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증권사에 따르면 AA급의 영업이익률은 올해 1분기 5.2%로 작년 7.1%에서 하락추세다.

자산운용사의 운용역은 "카드사나 캐피탈사는 롤오버를 못 해서 디폴트가 나더라도 처분할 자산도 별로 없고 자본도 크지 않으니 (스프레드 확대는) 자연스러운 시장 반응"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크레디트 채권을 정리한다는 차원에서 카드채와 캐피탈채 금리가 약한 것"이라며 "관련 사례가 2003년 카드채 사태"라고 말했다.

카드채 사태는 정부의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에 사용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겹치면서 신용불량자가 속출했던 때를 일컫는다. 카드채 사태 여파에 2003년 3월 12일 3년 국고채 금리는 하루 만에 51bp 상승하기도 했다.

카드채 사태 당시와 현재는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이를 알면서도 카드채를 우선적으로 처분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도 그렇고 캐피털사도 그렇고 레버리지 규제가 타이트하다"며 "(레버리지)비율이 드라마틱하게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카드채가 추세적으로 약세라기보다 차익실현 매물 정도가 나온 것이고, 스프레드가 계속 벌어지면 매수세가 다시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카드사가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시장참가자는 없다"며 "다만 과거의 기억 때문에 조금만 불안해도 카드채를 우선 팔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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