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를 이유로 3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었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이르면 3분기에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4분기 인하 전망도 적지 않다.

이주열 총재는 12일 '한국은행 창립 제69주년 기념사'에서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요인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만큼 그 전개 추이와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1.75%로 25bp 인상했다. 금융 불균형을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올해 초부터 글로벌 환경이 급변했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확산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작년 네 차례 기준금리를 올린 후, 올해는 금리 인상 속도를 줄이겠다고 했다. 최근 연준은 통화정책 기조를 중립으로 바꿨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를 금리 인하 신호로 해석했다.

호주중앙은행(RBA)은 낮은 인플레이션과 고용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필립 로우 RBA 총재는 기준금리를 더 낮출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글로벌 중앙은행이 통화 완화로 정책 기조를 선회했지만, 한은은 쉽게 돌아서지 못했었다.

지난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조동철 금통위원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지만, 이 총재는 이를 '시그널이 아니다'라며 금리 인하 기대를 차단했다.

이 총재가 통화정책 기조를 선회한 이유는 대외 불확실성 때문이다.

지난달 미·중 무역협상이 결렬되면서 양국 관계가 악화하고 있는 데다, 미국이 다른 나라에 관세를 부과하는 등 무역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수출이 경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은 대외 불확실성이 부담될 수밖에 없다.

한은이 내달 18일 내놓을 수정경제전망에서도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는 게 불가피할 전망이다.

관세청은 이달 10일까지의 수출이 전년보다 16.6% 감소했다. 반도체는 30.8% 줄었다.

하반기 경기 회복 가능성이 점차 희박해진 셈이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한은이 이르면 3분기에도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은이 7월 올해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면 금리 인하의 논리가 형성될 수 있다는 논리다.

한 금융시장 관계자는 "이 총재가 '적절히'라는 표현으로 금리 인하를 열어두면서 금리 인하 기대가 확산할 전망이다"며 "이미 금리 인하 소수의견도 나왔기 때문에 3분기에 금리를 내려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 불균형을 이유로 당장 금리를 인하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한 채권업계 관계자는 "한은이 금융 불균형을 이유로 금리를 인상했고, 지난달 기자설명회에서도 가계부채가 높은 수준이라고 언급했기 때문에 쉽게 금리를 내리지 못할 것"이라며 "4분기는 되어야 금리를 내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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