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채권단이 유선방송업체 딜라이브가 내달 갚아야 할 1조4천억 원 규모의 대출금에 대한 만기를 또 연장해 주기로 잠정 합의했다.

정부의 유료방송 합산규제 도입 가능성에 매각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지만, 일단 KT 등과의 매각 협상의 불씨는 살려두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다만, 매각을 서두르지 않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진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등 딜라이브 채권단은 지난주 대주주인 한국유선방송투자(KCI)와 딜라이브 경영진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채권단협의회에서 내달 29일 만기가 돌아오는 1조4천억 원 규모의 차입금에 대해 만기를 연장해 주기로 합의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큰 틀에서 만기를 연장해 주기로 의견을 모았고, 기간 등의 세부 사항은 각 은행의 입장을 반영해 내달 중에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딜라이브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펀드(MKOF) 등은 2007년 딜라이브 지분 93.8%를 인수하면서 인수금융 및 회사 내 차입금 등을 합해 총 2조2천억원을 차입했다.

기존 만기는 지난 2016년 7월까지였지만, 채권단과 협의를 통해 올해 7월까지로 한차례 만기를 연장했다.

이 과정에서 채권단은 8천억원을 출자전환 했고 나머지 1조4천억원은 3년간 만기연장을 해준 바 있다.

당초 채권단은 만기가 돌아오기 전 KT에 딜라이브를 매각하는 것을 최선으로 봤다.

수년 전부터 회사 매각을 추진해 왔으나 적당한 인수자를 찾지 못하다가 지난해 말 KT와 본격적인 협상을 벌이면서 급진전하는 듯했다.

양측은 가격제안 직전까지 돌입했지만, 국회의 유료방송 합산규제 논의가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6월 일몰된 후 1년 가까이 표류하면서 KT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합산규제는 IPTV·위성방송·케이블TV 등 유료방송 시장에서 한 사업자의 점유율이 3분의 1(33.3%)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을 두는 게 골자다.

지난해 말 기준 유료방송 점유율은 KT 21.12%, SK브로드밴드 14.32%, CJ헬로 12.61%, LG유플러스 11.93%, KT스카이라이프 9.95%, 딜라이브 6.29% 등이다.

스카이라이프와 합한 KT의 점유율이 31.07%인 상황에서 딜라이브를 인수할 경우 합산규제 제한을 넘어서게 된다.

국회가 만약 합산규제를 재도입한다면 KT는 딜라이브를 인수할 수 없게 된다.

부처 간 이견으로 합산규제 논의가 진전 없이 공전을 거듭하면서 매각 계획에 차질을 빚는 사이 1조4천억원의 만기가 돌아오게 된 것이다.

채권단은 합산규제 도입 등으로 시간에 쫓겨 매각을 진행할 경우 제값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 회수 가능성과 향후 인수금액을 높이는 차원에서 급하게 팔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번 만기연장은 매각과는 상관없이 딜라이브의 매각 가치를 높이기 위한 차원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최악의 상황을 가정에서 준비하되, 합산규제로 KT로의 매각이 무산되더라도 향후 또 다른 잠재매수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보고 서두르지 않고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MBK의 엑시트 시점도 다시 불분명해졌다.

MBK가 2005년 9월에 결성한 1호 펀드 '엠비케이투자파트너스' 사모투자조합은 딜라이브 투자 실패로 아직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 1조원을 웃돌던 딜라이브의 몸값도 최근 7천~8천억 원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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