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딜러들의 수다
[데스크 칼럼] 딜러들의 수다
  • 한창헌 기자
  • 승인 2019.06.1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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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금융시장의 최전선에 있는 딜러들은 '0.1초의 승부사'로 불린다. 시시각각 바뀌는 금리나 환율에 따라 채권과 외환을 사고팔면서 수익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쉴 새 없이 살아 움직이는 시장에 맞서려면 단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점심 도시락 까먹는 게 일상이다 보니 위장병을 달고 살아야 하는 게 딜러들의 팔자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연합인포맥스 창사 19주년 기념 컨퍼런스에는 이들 전·현직 딜러들이 패널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총성 없는 전쟁터'인 시장 대응 과정에서의 고충과 고민을 쏟아냈다. 컨퍼런스 두 번째 세션으로 준비된 '주간전망대 특집 공개방송' 자리에서다.

자칭 '실패한 딜러' 이진우 GFM 투자연구소 소장의 사회로 베테랑 외환딜러 출신인 류현정 씨티은행 부장, 채권 애널리스트에서 딜러로 변신한 박종연 IBK연금보험 증권운용부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매크로 전문가인 김두언 KB증권 이코노미스트도 자리를 같이했다. 이들은 하반기 금융시장 전망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돌직구' 외환 분석가로 더 유명한 이진우 소장은 "19년째 인포맥스 독자로서 (인포맥스 주최 컨퍼런스에서) 사회까지 맡게 돼 영광이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패널들에게도 거침없는 답변과 토론을 주문했다. 사전에 준비된 원고가 있었지만, 즉흥적인 질문과 답변이 주가 되면서 날 것 그대로의 시장 분위기가 생생하게 전달됐다.

25년 넘게 서울외환시장 딜러로 활약했던 류현정 부장은 딜러의 덕목은 유연함과 겸손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시장 참가자들이 대부분인 청중들의 공감을 샀다. 그는 "트레이딩은 전망이 아니고 시장 대응의 문제다. 전망 기관의 수치 등을 쫓아가는 게 아니라 바뀌는 시장 상황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판단하는 게 (딜러로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고 전했다. 시장의 주된 화두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 화두가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를 놓고 발 빠르게 대응해야지 초기 전망에 지나치게 의존해선 안 된다고 했다. 글로벌 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한쪽 방향을 고집하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2년 차 초짜 딜러 격인 박종연 부장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도 나왔다. 박 부장은 "운용을 해보니 말을 많이 함부로 하면 안 되는 것 같다. 뱉어놓은 말이 스스로 포지션을 잡을 때 족쇄가 되더라"고 토로했다. 이에 이 소장은 "실패한 딜러로서 한마디 하자면, 운용하는데 생각이 너무 많으신 거 같다. 딜러든 매니저든 아무 생각이 없어야 한다. 생각이 많으면 (더 힘들 수 있다). 선배로서 한마디 말씀드리는 거다"고 말했다.

이들 전·현직 딜러들은 하반기 금융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들은 미중 무역분쟁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면서도 동물적인 감각에 의존하는 딜러 본색을 고스란히 드러내기도 했다. 이진우 소장은 "굉장히 크리티컬한 시점이다. 달러-원이 1,200원 못 찍고 도는 시장인 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지막 카드로 달러 약세로 밀어붙이면 달러로 팔자 고치려던 사람들 다 던져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종연 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역학적 구도에 대한 고민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가 내년 재선을 대비한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일 것이란 점에서 연내 무역분쟁이 개선될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일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중 무역분쟁 불확실성에 따른 금융시장의 혼선이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류현정 부장은 과거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를 예로 들면서 미중 무역분쟁 역시 단기 변동성 요인이지 실질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달러-원이 1,200원을 넘어서더라도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라는 데 무게를 뒀다. 다만, 경상수지 흑자 축소와 해외투자 확대 등 수급의 구조적인 문제를 고려하면 하반기 평균 환율은 지난 4월의 상단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이 소장은 토론을 정리하면서 지난 10여년 간 한국 금융시장의 발전이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았다는데 아쉬움을 표시했다. "어찌 보면 금융시장에 선수보다 해설자가 더 많아진 것 같다"는 현실을 토로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경제·금융매체 연합인포맥스의 부단한 노력을 주문하기도 했다. 금융시장 딜러들의 솔직 담백한 토론의 현장은 연합인포맥스 홈페이지(http://news.einfomax.co.kr/)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다. (금융시장부장 한창헌)

chh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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