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사실상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 배경으로 높아진 대외 불확실성, 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 등이 거론됐다.

이 총재는 12일 한국은행 창립 69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인하할 때가 아니라는 발언과 적절히 대응한다는 발언의 차이에 대한 질문에 "창립기념사에서 나온 문구 그대로다"고 대답했다.

그동안 "지금은 금리를 인하할 때가 아니다"라며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적극적으로 차단했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이 총재가 사실상 통화 완화로의 정책 기조를 선회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5월 31일 열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었다.

이런 발언을 한 지 불과 2주가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통화정책 기조가 급하게 돌아선 이유로 이 총재는 미·중 무역분쟁 불확실성과 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을 들었다.

이 총재는 이 두 가지 요인이 올해 우리 경제 흐름을 좌우할 수 있는 큰 요인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미·중 무역분쟁이 우리 경제를 어렵게 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금통위 이후 미·중 무역분쟁은 계속 격화하고 있다. 이달 말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양국 두 정상이 만날 가능성이 있지만, 무역분쟁이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반도체 경기가 예상보다 부진한 것도 이 총재가 우려한 대목이다.

이달 10일까지의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30.8% 감소했다. 지난달에도 반도체 수출은 단가 하락이 지속하면서 30.5% 급감했었다.

수출도 반도체 부진 등으로 6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 총재가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높이면서 7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성장률을 낮출 수밖에 없다는 기대도 확산했다.

현재 한은은 올해 우리 경제가 2.5%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지난달 통화정책 방향 문구에서는 전망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글로벌 중앙은행의 통화 완화 기조도 이 총재가 돌아선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 선회 가능성은 한은의 통화정책 여지를 넓힐 수 있는 재료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 4일 "경기확장 국면이 유지되도록 적절하게 대응하겠다"며 기존의 '인내심' 발언에서 한발 뒤로 물러났다.

호주와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등 주요국은 이미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지난주 유럽중앙은행(ECB)은 마이너스 금리를 당초보다 6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다.

이 총재는 연준의 금리 인하 시사도 영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다음 주니까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syje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