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그동안 에둘러 통화정책 완화기조의 필요성을 호소했던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구애가 통하는 것일까. 최근까지도 기준금리 인하는 없다던 한국은행도 추가적인 통화 완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2일 창립 69주년 행사에서 통화정책과 관련해 "최근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등 대외 요인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만큼 그 전개 추이와 영향을 면밀하게 점검하면서 경제 상황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간 우리나라 경기상황을 감안할 때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할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던 것을 감안하면 이주열 총재의 발언이 확연하게 달라진 셈이다. 당장 금리를 내리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금리 인하에 대한 빗장은 풀었다는 평가다.

이렇다 보니 경제 컨트롤타워인 홍 부총리의 발언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지난 4월 29일 홍남기 부총리의 언급을 통화정책 완화를 주문한 '신호탄'으로 본다.

홍 부총리는 당시 경제활력 대책회의에서 금리 인하 필요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시장에서 여러 가지 의견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금리 인하에 대한 지적이 많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참가자들의 목소리를 빌어 에둘러 한은에 금리 인하를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지난달 2일 피지에서 열린 아세안(ASEAN)+3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도 통화정책이 더 완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1분기 경제지표를 보고 시장에서 그와 같은 요구가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제통화기금(IMF) 조사단이 지난번에 왔을 때도 재정뿐만 아니라 금융 통화정책 완화 기조로 가라고 권고를 했다"면서 "아세안+3 거시경제감시기구(AMRO)도 역내 통화정책 기조를 긴축으로 가져가야 한다면서도 한국의 경우 완화적 기조로 가라고 권고했다"고 강조했다. 시장에 이어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의 보고서를 근거로 제시한 셈이다.

지난 8~9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에서도 홍 부총리는 "완화적인 통화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시장과 명확한 소통에 기반을 둔 통화정책 운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경제지표가 당초 예상보다 좋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화정책에서라도 일부 물꼬를 터주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작용하지 않았겠냐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수출의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급기야 지난 4월은 경상수지가 84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3% 역성장했다. 이는 지난 2008년 4분기 이후 최저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여러 당국자의 코멘트를 고려하면 미중 무역분쟁이 계속된다는 전제하에 8월 정도에 기준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금리 인하 등을 고려한 정책당국의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기준금리가 인하될 경우 강력한 정책으로 묶어놓은 부동산 가격이 다시 꿈틀거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달러-원 환율 변동성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부동산, 환율에 영향은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거시경제 차원에서 정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대책의 경우 현재 이미 많은 규제를 해놓은 탓에 금융권에서 추가적인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주열 총재 입장에서는 정부의 추가경정예산과 통화정책 완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현재의 경제 상황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것 같다"며 "다만 외환시장의 불안요소에는 대비를 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jwchoi@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