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부동산 시장을 보는 청와대와 한국은행 시각이 바뀌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은이 금리 인하 깜빡이를 켠 데는 주택시장 관리에 대한 자신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3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전일 이주열 한은 총재는 한은 창립 제69주년 기념사에서 "경제 상황 변화에 적절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한은이 금리 인하에 더 가까워졌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금리 인하를 검토한 것은 아니라는 종전 발언을 고려하면 입장이 선회한 셈이다.

주택시장 과열은 지난 2017년과 작년 한은이 금리를 인상한 주요 배경이다. 저금리가 지속하자 주택 등 자산시장으로 유동성이 유입돼 가격 급등과 가계부채 급증을 초래했다는 인식에서다.

이러한 정책은 정부와도 공조를 유지했다. 정부는 거시건전성 규제에 나서면서 한은에 금리 인상을 촉구했다.

이낙연 국무총리의 발언이 대표적 사례다. 작년 9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 총리는 금리 인상 여부와 관련해 "좀 더 심각히 생각할 때가 충분히 됐다는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청와대의 기조가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종원 경제수석은 지난 9일 청와대에서 경제 상황과 정책대응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어 "(서울과 강남 4구는) 작년 9·13대책 이후 3~4% 정도 정점에서 하락해 가는 모습"이라며 "일부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관망세 속에 하향 안정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장 불안이 야기될 가능성은 그렇게 크지 않다"며 "시장을 모니터링하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일 경우에 또 추가 대응을 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주택시장에 대한 경계 심리가 다소 완화했다고 풀이되는 대목이다.

한은 시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은 관계자는 전일 '2019년 5월 중 금융시장 동향' 발표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최근 2~3년처럼 폭발적으로 늘어나지 않고 있다"며 "이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완화)나 주택시장이 본격적으로 붐업(boom up)되지 않는 한 주담대가 늘어날 수 있는 여건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하락에 주택시장이 과열될 것이라는 시장 우려와는 상당한 시각차가 있는 셈이다.

시중은행의 한 채권 운용역은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데는 주택시장이 다시 과열되지 않을 것이란 판단도 작용한 것 같다"며 "주택시장 우려가 더는 금리 인하를 제약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른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공교롭게 경제수석 발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한은이 입장을 바꿨다"며 "청와대 신호에 한은이 반응했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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