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가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외 활동도 점차 위축되고 있다.

최측근인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사장이 검찰에 소환돼 고강도 조사를 받은 만큼 검찰의 칼날이 결국 이재용 부회장으로 향할 것으로 보여서다.

삼성전자는 거의 실시간으로 중계되다시피하는 검찰의 수사 상황에 적극적으로 반박하면서도, 이 부회장의 소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대법원 최종 선고도 앞두고 있어 이 부회장의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지고 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다음 달 미국 아이다호 선밸리에서 열리는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밸리 콘퍼런스는 뉴욕 월가의 투자은행인 앨런 앤드 컴퍼니가 1983년부터 매년 주최하는 행사로, 글로벌 경제와 문화, 언론계 주요 인사들이 비공식 초청돼 교류한다.

올해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워런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브라이언 로버츠 컴캐스트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 글로벌 IT(정보기술) 리더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전무 시절인 2002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해 글로벌 재계 인사들과 교류해 왔다.

그는 2013년 선밸리 콘퍼런스에서 쿡을 만나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삼성과 애플 간 특허소송을 중단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역시 선밸리 콘퍼런스에서 만난 저커버그는 2014년 페이스북 핵심 임원들과 함께 방한해 삼성전자 서초사옥과 국내 수원에 있는 공장을 방문, 삼성과 사업협력을 시작했다.

이 부회장은 그러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수사를 받기 시작한 2017년부터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인도 노이다 스마트폰 공장 준공식에 참석하느라 또 선밸리 콘퍼런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검찰의 삼성바이오 수사로 인해 이 부회장이 올해도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출소한 이후 10여 차례 해외 출장을 다녀오는 등 활발한 대외 행보를 이어왔다.

다만, 지난 3월 중국 하이난에서 열린 2019 보아오 포럼 연차총회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2013년 보아오 포럼의 이사가 돼 2016년까지 매년 참석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과 교류했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수사를 받던 2017년부터는 불참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대외 활동이 정부 주최 행사에 집중되는 양상도 나타났다.

그는 중소기업회관에서 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기해년 신년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올해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또 같은 달 문 대통령이 주재한 기업인과의 대화에 참석하고, 이낙연 국무총리 간담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재계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이 가열되고 있는 데다 화웨이 제재, 반도체경기 침체, 갤럭시 폴드 출시 연기, 디스플레이 가격 하락 등 난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글로벌 인사들과 교류하는 것이 경영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사법적 문제로 대외 활동에 발목이 잡히면서 경영 활동에도 지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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