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임하람 기자 = 한국은행이 3년 만에 기준금리 인하 여지를 열어둔 가운데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경우 달러-원 환율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기준금리 인하는 한국 경제 부진을 일부 확인시켜 준다는 점에서 지난달 1,200원에 근접하며 불안한 흐름을 보여온 달러-원 환율이 추가 상승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3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한은의 금리 인하는 달러-원에 전반적인 상승 압력을 가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금리 인하 논거가 미·중 무역분쟁 심화와 반도체 경기의 회복 지연에 따른 국내 경기 둔화에 기인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환율이 불안한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한국은행 창립 69주년 기념식 참석 후 기자들을 만나 "미·중 무역분쟁이 점점 우리 경제를 어렵게 하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 같아 조금 안타깝다"며 "상반기가 다 지나갔는데 반도체 경기도 당초 예상보다는 회복 시기가 지연될 수 있겠다고 걱정한다"고 말했다.

만약 한은이 금리를 인하한다면 이는 국내 경제 부진 및 펀더멘털 우려에 대한 당국의 인정으로 비칠 수도 있어 달러-원 급등세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

다만 한은의 금리 인하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에 후행할 가능성이 크고, 금리 인하가 일부 환율에 선반영돼 있는 부분이 있는 만큼 상승 압력은 일시적이고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시장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정 부분 선반영했다고 본다"며 "한국의 금리 인하가 연준의 금리 인하 전에 나오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달러-원에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만약 한은의 금리 인하가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추가로 일어난다면 환율에 영향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은의 금리 인하 시기는 이르면 3분기, 혹은 4분기 인하를 전망하지만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기준금리 2회 인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금리 인하에 따른 환율 영향은 추가 인하 여부에 달려 있다"며 "금리 인하 자체는 경기 부진에 대한 당국의 인식으로 읽혀 일시적인 상승 요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은이 마지막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한 지난 2016년의 달러-원 환율 움직임에도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지난 2016년 6월 한은이 금리를 1.25%로 전격 인하한 한 주간 달러-원 환율은 1,150원대 중반에서 1,180원대로 단계적으로 상승했다.

달러-원 환율은 그 후 일주일간 다시 금리 인하 시점의 레벨로 회귀했다.







<2016년 6월~7월 달러-원 일중 차트 및 이벤트>

2016년 6월 1일께 1,195.60원을 기록했던 달러-원은 오히려 금리 인하 결정 전후로 레벨을 낮춘 셈이다.

다만 직후 영국의 브렉시트 가결이라는 대형 대외 리스크가 발생해 다음 주 레벨을 재차 급등시켰다.

한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는 "(금리 인하한) 당일에는 환율에 영향이 있겠지만 서프라이즈 인하가 아니라면 인하했을 당시 환율이 엄청나게 튀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며 "전일 이주열 총재의 발언도 시그널을 통해 인하 가능성을 시장에 선반영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r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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