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13일부터 사이버보험 의무가입이 시행됐지만, 당분간 보험에 가입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할 전망이다.

사이버보험 상품을 출시하기 위한 참조요율이 나오지 않아 손해보험사들도 마냥 기다려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통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개인정보 유출 시 손해배상 책임 이행을 보장하기 위해 보험이나 공제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했다.

매출액이 5천만원 이상이고, 개인정보가 저장ㆍ관리되는 이용자 수가 전년도 말 기준 직전 3개월간 일평균 1천명 이상인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업체가 가입대상이다.

사이버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2천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방통위는 제도 시행을 앞두고 지난 11일 기업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했지만, 기업 관계자들은 속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구체적인 대상 범위와 준비금 적립 방법, 유사보험 가입 경우 등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자사 해당 여부를 명확히 파악하지 못한 기업이 대부분이었다.

또 손보사들이 제도 시행 한 달 후인 내달 15일가량에 의무보험을 출시할 예정이라 보험료나 보장 내역 등 구체적인 사항이 나오지 않았다.

방통위는 연말까지 계도기간을 운영해 기업들의 과태료 부과가 유예할 수 있도록 했지만, 현장의 혼란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관련 상품을 준비 중인 손보사들도 답답하기는 매한가지다.

전용상품 개발을 위한 보험개발원의 참조요율이 아직 금융감독원 신고절차에 머물러 있어 손을 놓고 있다.

보험료 책정 기준이 되는 참조요율 신고절차가 마무리돼야 손보사별로 사업비를 추가해 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

특히 보험업계는 기존 사이버보험 상품으로도 보장이 가능한데 방통위에서 별도 전용상품 개발을 요구해 혼란이 더 가중되고 있다는 평가다.

현재 손보사들은 개인정보 누출과 전자금융거래 배상책임보험, 피싱·해킹 금융사기 보상보험 상품 등을 운영하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추가로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상품을 개정하거나 특약을 추가하면 되는데 방통위에서 전용상품을 요구해 관련 상품 출시가 늦어지고 있다"며 "생색내기용 전용상품 개발을 고집하면서 제도 시행에도 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촌극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사이버보험이 의무보험인 만큼 정책성보험 성격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풍수해보험처럼 정부에서 보험료를 일부 보조하는 형식을 취해 기업이 자발적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유도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이버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잠재적 대상 기업은 약 18만개로 전체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약 94만개 가운데 20%가량에 불과하다.

사실상 개인정보 유출 사고위험이 높은 영세기업이 제외되면서 기업 배상능력 부족으로 손해배상을 받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당초 법 취지가 무색해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의무보험 가입 기한만 제시하고 무조건 가입하라고 하는 것은 전형적인 전시행정의 사례로 볼 수밖에 없다"며 "정부에서 인센티브를 줘 영세업자들도 가입할 수 있게 했어야 애초 법 취지에 맞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산운용부 이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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