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도비시한 발언으로 서울채권시장에서 다음 주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주목도가 더 높아졌다.

6월 FOMC에서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한 명확한 시그널이 나올 경우, 한은의 금리 인하 시기도 가늠해볼 수 있어서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일 이주열 총재는 창립 69주년 기념사에서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이주열 총재의 발언은 지난 4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발언과 매우 유사하다.

파월 의장은 "무역 이슈가 언제, 어떻게 해결될지 알 수 없다"며 "미국의 경제전망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확장 국면이 유지되도록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도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요인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졌다"며 "전개 추이와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은 제롬 파월의 발언을 상황에 따라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기존에 금리 인상과 인하를 모두 차단했던 것에서 좀 더 도비시해졌다.

이 총재가 파월 의장의 말을 빌렸던 것도 이와 비슷한 시그널을 주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시장참가자들은 이 총재가 금리 인하를 열어뒀지만, 미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기 전에 한은이 선제적으로 나서기에는 여전히 부담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총재가 여러 차례 미국과의 금리 차가 크게 벌어지면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에 채권시장은 이달 FOMC 결과에 더 주목하고 있다.

이 총재가 파월 발언을 빌어 속마음을 내비친 만큼, 향후 연준의 행보가 한은의 스탠스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채권시장은 내다봤다.

한 시장 참가자는 "이 총재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미국이 금리를 내리기 전에 선제적으로 내리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다"며 "경제 상황이 급격하게 나빠지지 않는다면 연준을 따라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채권시장 관계자는 "연준 의장 발언을 빌었다는 건 연준의 행보에 그만큼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며 "다음 주 FOMC의 행보가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syje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