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올해 절반이 지나가고 있다. 요즘 날씨가 변덕이지만 곧 장마전선이 오고 나면 작년처럼 전국적으로 폭염이 시작될 여지가 많다. 잠 못 들던 열대야를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작년 여름 전국의 평균 폭염일수가 31.5일, 열대야 일수는 17.7일로 우리나라 기상 관측상 최악이었다. 위험이 닥칠 걸 알면 미리 대응하는 게 상책이다.



날씨만큼이나 앞으로 경제 상황이 혹독할 여지가 많다는 점도 문제다. 잠재성장률이 점차 낮아지는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녹록지 않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으로 무역 분쟁은 끝날 기미가 없다. 또 성장점인 반도체 수출이 주춤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고전하는 우리 경제의 시원한 마중물이 되어야 할 추가경정예산의 국회 통과는 감감무소식이다.



지난 주말 청와대는 윤종원 경제 수석을 등판시켜 세계 경제의 하방 위험 장기화를 우려하면서 선제 대응을 요청했다. 국제적으로 한국은 추경 집행하기 좋은 여건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외교협회는 최근 블로그에서 한국을 `동북아시아의 독일'이라고 불렀다. 제조업 위주의 산업과 수출이 비중이 크다는 공통점 외에도 경제가 둔화해도 재정 여력의 사용을 꺼리는 점이 닮았다고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과 독일, 스위스 등 재정수지 흑자 국가를 콕 집어 경기 부양을 위한 지출 확대를 권고했다. 반면 지출을 늘리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도 있다. 유럽연합(EU)은 과도한 재정지출 계획을 고수하면서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탈리아를 제재하려고 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이탈리아의 공공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32%로 EU 권고 기준인 60%의 두배가 넘는다.



추경 외에 정책 수단을 보자.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 여지를 열었지만, 부동산 불안으로 속도와 폭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다. 또 환율조작국 우려 때문에 과도한 원화 약세도 위험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지난 1분기 역성장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 이해득실을 따질 때가 아니다. 물론 추경도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경제 체질을 바꾸는 구조적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하지만 쓰고 싶어도 못 하는 나라와 비교해보자. 지금 쓸 정책이 있다는 게 다행이지 않은가. (자산운용부장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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