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한종화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최근 콘퍼런스에서 마이너스 금리 상황 등을 가정한 급격한 완화정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의 금리 인하 정책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4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지난 4~5일(현지시간) 시카고 연준에서 열린 통화정책 콘퍼런스에서 토론자들은 마이너스(-) 금리 등 다양한 정책 대안에 대해서 논의했다.

시카고 콘퍼런스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무역전쟁 영향에 적절히 대응하겠다는 언급을 내놓았던 행사다.

콘퍼런스 첫 세션 보고서의 결론에는 연준의 제로금리 하한이 경기 회복 기간 미국의 통화 정책을 심각하게 제약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금융위기 당시 연준이 마이너스 금리를 정책 고려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고, 비전통적 완화 수단도 없이 '테일러 룰'을 적용해 대응했다면 기준금리가 마이너스 -5.5%까지 내렸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보고서는 대신 연준이 비전통적 완화정책으로 제로금리 하한을 1%포인트가량 상쇄하는 효과를 냈다고 결론지었다. 보고서는 또 연준의 금리가 제로에 도달한 상황에서 비전통적 완화가 강하고 빠를수록 경기 회복에 큰 효과를 낸다고 강조했다.

보험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연준이 금리를 마이너스까지 내릴 수는 없다고 보는 것 같다"며 "대신 동일한 효과를 내기 위해서 금리 인하를 빠르고 강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수단을 검토한다는 사실을 콘퍼런스에서 내놓으니 일종의 포워드 가이던스로 작용하는 것"이라며 "미국 시장에도 그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올해 연준의 금리 인하 확률을 99.3% 반영하고 있다. 게다가 25bp의 인하폭을 전망한 비율은 7.6%에 불과하고 50bp가 27.9%, 75bp가 38.4%다.

미국 국채 2년물 금리의 13일 마감가도 1.8397%로 시장에서 거래되는 실효연방기금금리(EFFR) 2.4%보다 56bp가량 낮다.

콘퍼런스에서 연준의 급격한 완화정책에 대한 토론이 한국 채권시장에 추가적인 강세를 가져다줄지는 의문이다. 한국 시장도 금리인하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국채 3년물 금리는 전일 1.480%로 기준금리 1.75%보다 27bp 낮다.

다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3일 "글로벌 연계성 확대로 통화정책 운영여건이나 파급영향이 크게 달라지고 있는 만큼 통화정책 운영에 개선할 점이 없는지 살펴보고 새로운 정책 수단을 개발하는 데도 힘써야 할 것"이라며 시기적으로 이번 컨퍼런스와 겹치는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연준의 이번 콘퍼런스는 연준이 작년 11월 통화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연준의 전략, 수단, 소통을 광범위하게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일환이다. 연준은 2020년 상반기에 연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 컨퍼런스 내용이 실제 연준의 정책과 큰 관련이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김성택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시카고 콘퍼런스는 금융권이나 학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행사"라며 "아직은 연준에서 구체적으로 (금리인하) 컨센서스가 형성된 것 같지는 않은데, 무역 분쟁 리스크가 미국 경제를 상당히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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