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근 금융위원회 직원들이 이용하는 청사 내 도서관에 김환기 화백의 '고요(Tranquillity)'가 걸렸다. 지난 2017년 4월 K옥션에서 당시 한국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였던 65억5천만원을 기록한 작품이다. 도서관에 걸린 작품 자체가 고가의 진품은 아니다.

하지만 한정판 보급형조차 사회초년생 월급 정도의 값어치를 지닌 이 작품을 직접 구입해 도서관에 건 주인공은 김용범 전 금융위 부위원장이다.

그간 금융위에서 퇴임한 장·차관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꼭 선물을 남겼다. 에어컨부터 책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후배들에게 줄 선물로 가장 좋아하는 공간에 가장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을 남겼다. 사내도서관 '꼬 북(go-book)'은 정부서울청사로 이전하고 나서 휴식공간조차 없이 일하는 직원들을 위해 금융위가 만든 안식처다. 푸른색 안료를 사용해 마음의 평온을 가져다준다는 이 작품이 잠시나마 후배들의 마음에 안식을 줄 수 있길 바라며 골랐다고, 김 전 부위원장은 회고했다.

사실 그는 지난달 자신의 32년 공직생활의 퇴임식이 있던 날에도 종로구 부암동에 있는 환기미술관을 찾았다. 그의 발길을 가장 오래 붙잡은 작품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였다. 김환기 화백의 친구 김광섭 시인의 '저녁에'서 담긴 마지막 구절이 준 영감으로 그렸다는 이 작품을 보며 그동안 자신을 스쳐 갔던 인연들을 떠올렸다고 했다.

금융권에선 여전히 김 전 부위원장의 차기 행보를 두고 설왕설래가 많다. 이런저런 설(說)에 대해선 여전히 손사래다. 하지만 그동안 둘러 쌓여있던 책과 문서에서 벗어나, 이제는 사람을 향하고 싶다고 했다. 김환기 화백을 좋아한다며 그의 개인사조차 줄줄 꿰는 그는 최근에 영화조차 인물영화 중심으로 본다며 웃었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지 모르는 일이다. (정책금융부 정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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