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정원 기자 = 롯데지주가 2017년 10월 지주사 출범 이후 처음으로 3천억 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를 발행한다.

지난해 10월과 올해 2월 각각 400억 원과 500억 원의 사모채를 발행한 적이 있지만, 공모 회사채 시장에 얼굴을 내미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지주는 조달한 자금을 통해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는 등 그룹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는 데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다음 달 11일 3천억 원 규모의 공모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3년물 1천500억 원과 5년물 1천억 원, 10년물 500억 원으로 나눠 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이 대표주관사를 맡아 발행 실무를 진행하고 있으며, 내달 3일 수요예측으로 투자자를 확보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롯데가 공모채 발행으로 차입구조를 장기화하는 한편, 지배구조 재편에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롯데지주가 당장 갚아야 하는 회사채가 없어 차환 성격의 발행은 아니다"면서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등 금융 계열사 매각을 마무리 지으면서 지주 지배력 밖에 있는 계열사의 지분을 사들이는 데 자금을 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롯데는 지주 출범 이후 2년간 대부분 계열사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지난해 1월 롯데지알에스, 한국후지필름, 롯데로지스틱스 등 6개 비상장사 투자사업 부문을 지주로 편입했고, 10월에는 롯데케미칼 지분 23.2%를 호텔롯데와 롯데물산으로부터 약 2조2천억원에 양수했다.

현재 92개 한국 롯데 계열사 가운데 유통, 식품, 금융, 화학 부문 62개사를 롯데지주로 편입했다.

지주사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일본 주주 영향력 아래 있으면서 아직 지주사에 포함되지 않은 호텔롯데, 롯데물산, 롯데건설 분야 계열사를 지주로 편입시켜야 한다.

특히 호텔롯데는 롯데알미늄(38.23%), 롯데건설(43.07%), 롯데물산(31.13%), 롯데글로벌지스(10.9%), 롯데쇼핑(8.9%) 등 계열사 지분을 다수 보유하며 사실상 사업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호텔롯데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호텔롯데 최대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19.07%)이며, 일본 L투자회사(제4투자회사) 15.63%, 제9투자회사 10.41%, 제7투자회사 9.40% 제1투자회사 8.60% 등 일본롯데 관계사들이 보유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가 아직 미완성인 이유다.

롯데그룹 안팎에서는 호텔롯데가 보유한 롯데물산 등 계열사 지분을 롯데지주가 사들여 합병하는 방식으로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롯데지주는 호텔롯데뿐 아니라 롯데케미칼의 자회사인 롯데첨단소재, 롯데쇼핑으로부터 물적분할한 롯데컬처웍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가지고 있는 코리아세븐 등의 상장도 검토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가 지주사 출범 이후 성공한 기업공개(IPO)는 롯데정보통신 단 하나뿐이다"면서 "롯데지주를 정점으로 한 지배구조를 완성하기 위해 올 하반기 계열사 지분 매입 및 IPO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지주에 앞서 호텔롯데가 지난 13일 진행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는 모집금액(1천100억원)의 8배 가까운 8천6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호텔롯데는 모집금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조달 자금은 내달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2천억원) 상환에 모두 사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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