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리보(LIBOR·런던 은행 간 금리) 조작 사태 이후 선진국을 중심으로 지표금리 개혁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영국과 미국 등은 대체지표금리 개발을 완료했다.

중앙은행을 통해 산출하는 '무위험 지표금리(Risk Free Rate·RFR)'는 리보가 가진 신용위험을 없애고 중앙은행이 이를 산출함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얻도록 한 게 핵심이다.

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재 영국과 미국, 유럽연합(EU), 스위스, 일본 등은 무위험 지표금리 개발을 완료했다.

이들 대부분은 익일물 RP금리나 국내 콜금리와 같은 무담보 차입금리를 최종 후보군에 놓고 저울질했다. 파생상품시장과의 연계성, 시장 유동성, 금융위기를 가정한 시장 움직임 등이 주된 고려 대상이었다.

영국은 무위험 지표금리를 선정하고자 새로운 RP지표금리 2개를 개발했다. 더불어 영란은행 주도로 기존 'SONIA'도 개선했다. SONIA는 국내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와 유사한 개념이다.

최종 지표금리로는 SONIA가 선정됐다. RP금리는 담보에 따라 수급에 변동성이 커질 수 있지만 SONIA는 파생상품시장과의 연관성이 커 무시할 수 없었다.

미국은 국채를 담보로 한 익일물 RP금리인 'SOFR'와 뉴욕 연준이 발표하는 미국 내 은행의 익일물 무담보 조달금리 'OBFR'를 후보군으로 두고 고민하다 전자를 선택했다. 시장에 유동성을 푼 양적 완화정책 이후 무담보 자금거래 시장에서 은행 간 거래는 줄어드는 반면 주택담보대출 기반의 정부보증기관 자금대출 규모를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논란은 있었다. OBFR가 파생상품시장에서 사실상 기준금리 개념으로 활용되고 있어서다. 이에 미국은 파생상품시장의 기준금리도 SOFR로 바꿨다.

EU는 은행들이 산출하는 유로지역 콜금리 EONIA 대신 유럽중앙은행(ECB)이 산출하는 ESTR를 최종 선택했다. 이 금리는 유로 지역 내 52개 대형은행으로부터 받는 거래정보를 토대로 산출하는 은행 간 익일물 무담보 차입금리다. RP금리도 대체지표금리로 고려했지만, 분기와 연말 변동성이 커 선택하지 않았다.

물론 EU의 경우 기존 유리보(EURIBOR)를 병행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에 영국은 정책금리, 미국은 고정금리를 적용하는 것과 달리 스페인과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유럽 대부분의 국가는 유리보를 쓰고 있어서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이 글로벌 자금시장에서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이들과 같은 단일지표를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이 대체지표금리와 함께 기존 CD금리 개선을 병행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CD금리는 10개 증권사의 보고 수익률을 평균해서 산출한다. 실제 거래에 기반을 둔다고 보기 어렵다. 2010년 이후로는 발행량도 줄었다. 시장 상황을 잘 반영하지 못하고 경직돼 있다는 지적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12년 은행의 CD금리 담합 의혹을 제기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파생상품 시장에서의 역할은 크다. 이자율스와프(IRS) 거래에서는 원화를 반영하는 유일한 벤치마크다. IRS 거래 잔액만 5천조원에 육박한다. 물론 CD금리가 금융시장에서 얼마나 정합성을 가지고 있느냐에 대해선 여전히 의구심이 크다.

김남종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파생상품이 은행의 신용위험이나 자금조달 사정에 따라 불필요하게 노출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이미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이 무위험 지표금리 선정을 완료했기 때문에 앞으로 거래될 IRS 등 파생상품 준거로 무위험 금리지표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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