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기준금리가 연 1.75% 수준이다.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주말 기준으로 기준금리보다 낮은 1.591%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채권시장의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기준금리보다 낮은금리 수준에도 한국 국채 매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FX스와프 포인트 등을 감안하면 연 3% 수준의 캐리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누적기준으로 100조원 안팎 수준이던 국채 순매수 포지션을 120조원 수준까지 늘렸다. 1,200원선까지 넘보던 달러-원 환율도 1,185원 수준으로 안정을 되찾고 있다. 금리와 환율로만 보면 한국 경제가 파탄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업황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주식시장의 흐름도 아직은 견조하다.
<한국의 CDS(Credit Default Swap·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 추이>
한국은 CDS(Credit Default Swap·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도 선진국 수준인 33.25%에 머무는 등 금융지표로만 보면 위기상황과 거리가 멀다. CDS 프리미엄은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나 국가가 부도날 경우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금융파생상품의 가격이다.
일부 국내 전문가들은 한국의 확장적 재정 정책에 대해 걱정이 태산이다. 지금처럼 재정을 운영했다가는 그리스 등과 같은 파국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할 정도다. 그리스는 재정운용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 등이 반영돼 CDS 프리미엄이 한국의 7배 수준인 290%에 이른다. 이해 관계에 민감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일부 국내전문가의 우려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일부 외국인 투자자들은 오히려 정부가 지출을 확대하고 국채 발행물량도 더 늘려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비닛 말릭 HSBC 이자율 트레이딩 헤드는 지난해 10월 기획재정부와 연합인포맥스가 공동으로 개최한 '제5회 KTB(Korea Treasury Bonds) 국제콘퍼런스'에 참석해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된다면 내외금리 차 역전 폭 확대에 따른 외국인 자본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정부가 재정 지출을 더 늘려도 된다"고 권고했다. <본보 2018년 10월15일자 '이자율 헤드가 본 한국의 재정지출' 참조>
그는 "국민연금기금과 생명보험사 등의 투자자금 등 거의 모든 경제주체가 저축만 하고 있어 한국의 국채금리가 (너무) 낮은 수준에서 유지된다"고 진단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한국 경제가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아직 대응할 정책수단이 많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재정 건전성과 4천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도 있다. 과도한 우려는 자기실현적 위기(self-fulfilling crisis)로 이어질 수 있다. 자기실현적 위기는 과도한 경제위기 의식이 실물경제를 위축시켜 더 큰 경제 위기상황을 가져오는 현상을 일컫는 경제학 용어다. 위기를 조장하는 거친 말보다 잘하라는 독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취재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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