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경영 퇴진 후에도 관여한 이호진 전 회장 검찰 고발



(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총수 일가 지분이 100%인 회사에서 만든 김치를 19개 계열사와 직원에 고가에 강매한 태광그룹 계열사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1억8천만원을 부과받았다.

이러한 사익편취 행위를 주도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검찰에 고발됐다.

1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이호진 전 회장과 김기유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장 등은 영업 부진을 겪던 휘슬링락CC를 인수한 티시스의 실적 개선을 위해 휘슬링락CC에 김치를 제조하도록 하고 이 김치를 계열사에 할당해 구매하도록 했다.

계열사들은 지출용도가 제한돼 있는 직원 복리후생비로 김치를 사들여 급여 명목으로 지급했고, 직원들에게 김치 구매에만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한 뒤 직원 의사와 무관하게 김치를 배송하고 나서 포인트를 차감했다.

일부 계열사는 김치 구매비용이 회사 손익에 반영되지 않도록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사용했다.

태광그룹 계열사가 2년간 휘슬링락CC로부터 구매한 김치는 총 512.6t, 95억5천만원어치에 달했다.

공정위는 생산방식 등을 고려할 때 시중 가정용 김치 거래가격에 비해 현저히 고가였다고 지적했다.

태광그룹이 정한 김치 단가는 10㎏당 19만원으로 ㎏당 6천500원인 CJ 비비고김치, 7천200원 수준인 한울 총각김치보다 비싸다.

휘슬링락CC 김치의 영업이익률은 43.4~56.2%로 2016~2017년 식품업계 평균 영업이익률(3~5%)의 11.2~14.4배에 달했다.

또 태광은 계열사에서 선물을 제공할 일이 있을 경우 총수일가 100% 지분으로 설립한 와인 소매 유통업체 메르뱅을 적극 활용하도록 하고 임직원 명절 선물로도 지급하도록 했다.

일부 계열사는 김치와 마찬가지로 사내근로복지기금으로 와인을 구매했고 와인 가격을 비교하지도 않은 채 메르뱅이 제시한 가격 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태광그룹 계열사가 2014년부터 공정위 조사 시작 때까지 메르뱅으로부터 구매한 와인은 총 46억원에 달한다.

공정위는 태광그룹 계열사가 2년 반 동안 김치와 와인을 사들임으로써 총수일가에 제공한 이익이 최소 33억원이라고 말했다.

김치 고가 매입을 통해서 발생한 최소 25억5천억원의 이익 대부분은 이호진 전 회장과 가족들에게 배당으로 지급됐고, 와인을 통한 이익 7억5천만원도 동일인의 처 등에 현금배당, 급여로 제공됐다.

공정위는 티시스(휘슬링락CC)와 메르뱅 모두 총수일가 지분이 100%인 회사라는 점에서 일감몰아주기로 기업 가치를 높인 뒤 경영권 승계, 지배력 확대에 이용될 우려가 컸다고 말했다.

와인 거래의 경우 공정거래법 제23조2의 제1항 제4호 '합리적 고려나 비교없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 조항이 2013년 제정 이후 처음 적용돼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총수일가 사익편취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적발되면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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